이미지 크게보기“국민께 사죄” 조현오 경찰청장이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수원 20대 여성 엽기 살해사건과 관련,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기 전에 고개를 숙여 사죄의 뜻을 표하고 있다. 김동훈기자 dhk@munhwa.com

조현오 경찰청장이 경기 수원 20대 여성 엽기 살해사건과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조 청장의 사의를 수용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청장의 사퇴 의사 발표는 사건 발생 8일 만이며 문화일보가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강하게 제기한 첫 보도가 나간 지 5일 만의 일이다.

조 청장은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발표한 사과문에서 “피해자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용서를 구한다”면서 “이 모든 책임을 지고 제가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경찰의 무성의함이 이런 참혹한 결과를 초래하고 축소와 거짓말로 국민에게 실망을 끼친 데 깊이 자책하면서 진심어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112신고센터의 무능함으로 인한 상황 오판, 허술한 대처, 부실 수색, 사건 축소 및 거짓 해명 등 심각한 문제점이 확인됐다”며 “책임자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묻고, 특히 축소와 거짓말에 대해서는 더욱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청장은 “어제 뉴스 보도를 보면서 벌써 사건 발생 1주일이 지났는데 국민들을 분노케 만든 책임이 크다고 생각했다”면서 “많은 국민들을 분노케 했는데 제가 책임지지 않으면 누가 책임지겠나”고 말했다. 그는 “사표 수리 그날까지 끝까지 112신고센터 제도라든지, 종합상황실 체제라든지 이런 것을 최대한 제대로 갖춰 놓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조 청장의 사의를 수용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부실한 대응이 명백해 조 청장의 사의는 원칙적으로 수리될 것으로 안다”며 “다만 곧바로 수리할지, 사건을 수습한 뒤에 물러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 청장의 사퇴 표명으로 서천호 경기지방경찰청장의 사퇴도 예상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달곤 정무수석으로부터 이번 사건의 경위와 경찰의 112 늑장대응 등에 대해 보고받고 “치안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국민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철저한 의지와 정신력, 이에 대한 책임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음성원·박영출기자 e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