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경쟁적으로 ‘대기업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민주통합당(민주당)은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 부활과 함께 소위 ‘재벌세’까지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한나라당 역시 출총제 보완을 거론하는 등 민주당 못지 않게 반(反) 대기업 정서를 드러내는 형국이다. 그러나 여야의 대기업 정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안점에 있어 차이가 있다. 민주당은 대기업의 계열사 확충, 확산 같은 지배구조 문제를 건드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불공정 거래 관행 근절에 방점을 찍고 있다.

◆민주당, 대기업의 자회사 확장 규제 = 민주당은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계열사 확충에 대해 과세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핵심 정책과제로 내세웠다. 29일 유종일 경제민주화특별위원장이 발표한 ‘재벌세’는 법인세법 등을 고쳐 모기업이 자회사에서 받은 주식 배당금을 과세 대상 소득에 포함시키고,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자회사 주식을 취득할 경우 대출에서 발생하는 이자비용을 세법상 비용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또 “10대 재벌에 소속된 기업은 자산 규모에 관계없이 출총제를 적용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진표 원내대표는 30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법인세나 소득세 시스템에 있어서 대기업이 문어발식 확장을 해서 계열사를 많이 거느려야 이익이 되는 측면이 있어 이를 바로잡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섭 정책위의장도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재벌세라는 명칭은 부적절하고, 세금을 신설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경제력 집중이나 재벌의 계열사 확충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은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불공정 거래 규제 = 비상대책위원회는 공정거래법을 강화해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 간 거래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연금 등 연기금 보유지분을 이용해 대기업을 견제하는 ‘연기금 주주권 실질화’도 검토 중이다.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범위를 기술유용 이외에 일방적 납품단가 인하나 계약취소 등으로 확대하는 하도급법 개정, 프랜차이즈의 불공정 관행 근절도 추진할 방침이다. 민주당과 보조를 맞추는 부분도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상속 등에 대해 무거운 증여세를 물리고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하는 등 대기업의 행태를 규제하는 내용에 치중돼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여야 모두 반 대기업 정서에 편승하고 있는 셈이어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몽준 전 대표는 “경제는 대충 굴러가는 게 아니며, 정치인이 정치적 계산으로 개입하면 할수록 꼬이는 것이 경제”라며 무분별한 대기업 때리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