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프랑스가 오는 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앞서 7일 헤르만 반 롬푀이 의장에게 양국 공동제안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당초 알려진 대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재정통합과 규제강화 방안뿐만 아니라 공동 금융 및 노동시장정책, 금융거래세(일명 토빈세) 및 기업세 공동부과, EU 재정의 보다 효율적인 유로존 사용, 일명 유로그룹 의장직의 상설화 및 각료급 조직 설치 등을 제안서에 포함시킨 것으로 드러나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중 금융거래세는 세계적인 금융허브인 영국 정부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이며, 기업세 공동부과 방안은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받은 후에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유럽 최저수준의 기업세 정책을 겨냥한 것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7일 “영국의 이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EU조약개정을 비토(거부)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은 이유는 금융거래세 부과 등 국익과 직결된 사안이 포함돼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일랜드는 공동 기업세에 대해 반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번 EU정상회의가 의미있는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끝날 가능성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AP,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회의 성과물이 재정적자기준(국내총생산(GDP) 3%)을 어긴 회원국을 ‘자동’제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유로존 별도 조약에 대한 합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일제히 전망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역할강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및 국제통화기금(IMF) 재원확충 등 시장의 불안감을 즉각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대책 역시 나오기 힘든 분위기란 것이다. 다수의 회원국들이 원하고 있는 유로존 공동채권인 유로본드 발행은 독일의 반대를 프랑스가 받아들이면서 이미 물건너간 상황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내년 3월까지 EU조약 개정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상정하는 시간표를 정해놓고 있다. 27개 EU 전체 회원국의 동의를 받는 것을 우선하되, 시간이 너무 걸릴 경우 일단 유로존 17개국부터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그룹’이 EU정상회의 하루 전날인 8일 별도 회동을 갖는다. ‘프랑크푸르트 그룹’이란 재정위기 사태에서 핵심 정책들을 사실상 결정하는 메르켈과 사르코지를 비롯해 마리오 드라기 ECB총재,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 반 롬푀이 EU정상회의 의장, 올리 렌 EU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등 8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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