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신당 창당·강남 출마설을 부인한 이후에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여전히 안 원장의 정치적 ‘잠재력’에 고심하고 있다. 안 원장이 국회의원 총선거 무대에도 ‘등판’을 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정치권 밖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안 원장이 내년 대통령 선거로 직행하거나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정치권에 참여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당 핵심관계자는 “대선으로 바로 가겠다는 것 아니냐”며 “총선에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처럼 (특정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해진 의원은 “정치 생각이 있다면 스스로 검증을 위해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 검증받는 게 필요하다”며 “정치 외곽에서 말로 하는 것으로 대통령이라는 지위에 도전할 역량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친박(친박근혜)계에선 안 원장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한구 의원은 “정치를 안 할 거라고 본다”며 “본인이 잘하는 것을 열심히 하는 게 나라에 도움이 되는 것이지, 잘 모르는 (정치)분야에서 남한테 이용이나 당하고 그러면 나라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치고 빠지기’를 계속하는 안 원장 때문에 민주당도 골치를 앓고 있다. 민주당이 전력을 기울여 추진 중인 야권 통합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정세균 최고위원을 통합협상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통합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결과적으로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의 구상은 야권 통합을 성사시켜 내년 ‘4·11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승리한 뒤 여세를 몰아 정권교체를 이룬다는 것이다. 그런데 손학규 대표,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 통합정당에 합류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참가해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를 뽑은 뒤에 안 원장이 등장하면 그간의 모든 노력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될 수 있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야권 후보 자리를 넘겨야 했던 상황이 되풀이될 수도 있다. 전병헌 의원은 “총선까지는 변수가 정리됐고 대선을 앞두고 한 번 더 정리가 필요하다”며 “안 원장도 지향점은 우리와 같기 때문에 통합정당에 합류하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국민도 같은 요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김성훈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