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미국 맨해튼의 시위가 세대, 지역을 넘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이미 시위 발생 후 4주째로 접어들었지만 뉴욕에서 시작한 시위는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해 보스턴,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도시로 확산된 데 이어 유럽으로까지 넘어갔다. 소셜네트워크의 발달과 함께 이번 시위는 미국에서 유럽으로, 다시 유럽에서 미국으로 상호 자극을 주면서 확산될 조짐이다. 오는 15일 미국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예상되고 있다.

8일 뉴욕 주코티공원에서 벌어진 시위는 워싱턴스퀘어 광장으로 확대됐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뉴욕에 있는 워싱턴스퀘어 광장은 베트남전쟁에 대한 반전 시위가 촉발된 곳이며, 뉴욕대 캠퍼스 인근으로 젊은층이 몰리는 곳이다. 미 언론은 맨해튼 시위가 이곳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위의 영역이 넓어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월가와 인접한 주코티공원에서 비롯된 시위가 워싱턴스퀘어 광장으로 옮아가면서 정치적 성격을 강화시키는 의미도 있다.

이날 시위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시위는 뉴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직후여서 주목을 받았다. 시위가 계속될 것임을 보여준 것이다.

또 이날 시위는 미국 20여개 도시에서 벌어졌다. 주요 도시는 물론 앨라배마의 모빌, 뉴멕시코의 산타페 등 중소규모 지방도시로 번져가고 있다. 이들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시위 장소를 확인한 뒤 참여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또 젊은 층뿐만 아니라 고령층과 중간연령층이 가세하는 등 전 연령대가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위가 확산되면서 민주당은 시위지지의사를 피력하는 반면, 공화당은 시위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있다. 에릭 캔터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시위대가 폭도로 변질되면서 미국을 양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그(캔터)가 티파티가 시위를 벌일 때 무슨 말을 한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캔터 대표의 발언을 공격하는 등 정치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천영식특파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