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본주의의 심장 월스트리트 점령시위(Occupy Wall Street)가 ‘분노의 표출’을 넘어 신자유주의의 근본적 수정을 요구하는 세계시민운동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점령(Occupy)의 기세는 미국 전역 주요 도시와 캐나다, 호주를 넘어 유럽으로 퍼져 나가고 있고 시위 참가자도 젊은층에서 다양한 연령과 계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4주째로 접어든 월스트리트 시위는 중년층과 고령층까지 참여하고 있고 마침내 수도인 워싱턴 DC에 다다랐다. 여전히 다양한 요구들이 표출되고 있지만 현재의 경제·정치 시스템이 공정하지 않다는 공감대는 단단해지고 있다. 지난 5월 스페인 긴축정책에 반발해 시작된 ‘분노한 사람들’의 시위도 유럽 전역의 호응과 월스트리트 점령시위로 탄력을 받아 유럽연합(EU) 수도 벨기에 브뤼셀 시위로 이어졌다. 9일부터 본격화된 시위는 15일 절정을 맞을 예정이며 이에 발맞춰 전 세계 400여곳에서 동시다발적 시위가 열린다. 특히 브뤼셀 시위 과정에서 매일 저녁 무능한 각국 정치인과 EU 관료를 비판하는 ‘야간의회’가 열린다.

이처럼 시위가 확산되고 목표 역시 현행 경제·정치 시스템 비판으로 모아지면서 1970년대 말부터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와 이에 조응하는 정치체제의 본질적인 재검토와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자본주의 3.0’으로도 표현되는 신자유주의는 자본시장 규제 철폐, 노동시장 유연화, 감세를 통한 작은 정부, 복지정책 축소 등을 추진했고 이는 시장 일변도 정책과 무한 경쟁으로 이어져 양극화의 모순을 증폭시켜 왔고 마침내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한계를 노출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정부와 시장 관계의 균형을 모색해 금융 등 모순이 노출된 경제 시스템에 대한 효율적인 규제를 강화해야 하며 이를 주도할 새로운 정치 시스템과 정치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근식(사회학) 서울대 교수는 “금융자본의 세계적 지배로 인해 나타나는 청년실업과 양극화 문제가 고질화되면서 전 세계적인 반발을 불러온 것으로 반세계화의 연장선에 있다”며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가 과연 유지 가능한가에 대해 시민들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 같은 움직임은 계속 확대되고 상황의 수정이 없으면 전 세계적인 공조시위로 확산돼 세계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 역시 “자본주의 자체 문제나 계급의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자본주의 본질에 대한 문제 제기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신자유주의로 인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회적 안정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위기 상황의 본질과 원인이 미국이나 유럽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한국으로의 시위 확산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임현진(사회학) 서울대 교수는 “시위가 발생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양극화 현상을 겪고 있기 때문에 시위가 한국으로 확산될 소지가 많다”며 “결국 사회적 안전망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정택(국제통상학) 인하대 교수는 “한국은 제도 정치권의 조율능력이 취약해 (시위가 확산될 경우) 더 어려울 수 있다”며 “한국은 사회적 이슈나 불만이 제기되면 기존 체계나 법규와 관계 없이 별개의 결정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민기자 min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