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 시위가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양극화 심화 등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에서 기인한 것으로 해석하면서 한국도 시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는 양극화에 이념문제가 결부돼 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빈부격차·실업문제 등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임현진(사회학) 서울대 교수는 10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세계적으로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원인과 관련,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금융이 산업 자본주의를 대체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가 (성과를) 독식한 것에 대해 일반 시민들이 박탈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권혁주(행정학) 서울대 교수는 “금융위기로 인해 재정위기가 발생했는데 실제 부담은 고소득자가 아니라 국가 재정 축소로 인해 일반 시민들이 안게 된다는 것에 많은 사람이 분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으로의 시위 확산 가능성을 경계했다. 현택수(사회학) 고려대 교수는 “한국의 빈부 격차가 확대돼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많이 위축된 중산층이 불만을 갖는다면 (외국보다)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 교수는 “한국의 경우 월가처럼 공격의 화살을 둘 곳이 없어 정치권이나 정권에 비난과 책임을 물으면서 정치 이슈화할 수 있다”면서 “선거와 맞물려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특정 후보, 정당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선거전략의 일환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사회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부분의 전문가는 뜻을 같이 했다. 현정택(국제통상학) 인하대 교수는 “한국은 사회 이슈나 불만이 제기되면 정치·정책적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현상은 오히려 해결점을 모색하는 데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진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