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재정정책과 탐욕스러운 거대 금융자본, 무능한 기성정치에 대해 ‘분노’하는 시위의 불길이 ‘유럽의 수도’ 벨기에 브뤼셀에 옮아붙었다. 지난 6, 7월 스페인 마드리드를 비롯해 유럽 곳곳을 휩쓴 후 한동안 수그러드는 듯했던 ‘분노하라’ 시위가 미국 뉴욕 월가 점거시위와 브뤼셀 시위를 동력으로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오는 15일에는 브뤼셀과 마드리드를 비롯해 영국, 이탈리아, 스위스,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호주, 홍콩, 브라질 등 전 세계 25개국 약 400개 도시에서 동시에 대규모 반정부시위가 벌어질 예정이다.

AFP통신,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출발한 ‘분노의 시위대’ 1진이 프랑스를 거쳐 약 1700㎞를 행군한 끝에 8일 브뤼셀 도심 엘리자베스 공원에 도착했다. 규모는 200여명으로, 아직 당국을 긴장시킬 정도는 아니다. 스페인뿐만 아니라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인들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9일 공원에 캠프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시위준비에 들어갔다. 2진도 곧 벨기에 국경을 넘을 예정이며, 시위대 측은 주말인 오는 15일 시위 때에는 벨기에와 전 유럽에서 온 수만명이 집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페인 젊은이 다니엘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작은 꿈이 이뤄졌다”면서 고난의 행군 끝에 브뤼셀에 도착한 것에 감격을 나타냈고, 프랑스인 티에리는 “프랑스 작은 마을들을 지나면서 국민들로부터 유럽연합(EU) 당국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야간에 열리는 ‘시민의회’를 통해 기성정치체제로부터 소외된 EU시민들의 주장을 토론에 부칠 예정이다. 브뤼셀에 모인 ‘분노의 시위대’ 목표는 오는 17 ~ 18일 이곳에서 개최되는 27개 EU회원국 정상들에게 반긴축재정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브뤼셀이 유럽통합을 상징하는 곳이란 점에서 시위의 효과가 클 것으로 참가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시위 참가자인 가엘 에르베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국민과 공직자 간의 괴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면서 기성정치인들이 진정한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