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23일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Aa2’에서 ‘Aa3’로 한 계단 강등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데 이어 일본의 국가신용등급마저 강등되자 최근 경제위기설이 돌고 있는 프랑스 등 유럽 국가가 다음 순서로 이어지는 선진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은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엔화 약세가 본격화할 경우 수출시장 경쟁이 심화하고 일본계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무디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2009년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일본의 대규모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국가부채가 증가했다”며 일본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발표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와 함께 무디스는 3·11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가 이 같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무디스는 일본의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대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 발생 이후 주요 신용평가회사들 가운데 일본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은 무디스의 이번 조치가 처음이다. 이에 앞서 무디스는 지난 2월 일본의 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고, 5월에는 일본 정치권이 부채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하며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무디스의 이번 신용등급 강등 조치에 따라 무디스의 일본 신용등급은 S&P, 피치 등 여타 주요 신용평가회사들과 같은 수준으로 조정됐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이날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 “유감이다”고 말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도 “최근의 국채 입찰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일본 국채에 대한 신뢰도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에도 불구하고 이날 도쿄(東京) 주식시장에서 닛케이 평균주가지수는 오전 10시 현재 전날에 비해 46.56포인트 오른 8757을 기록하는 등 도쿄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일본의 국가부채는 943조8096억엔에 달해 과거 최고 기록을 경신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일본의 국가부채 잔액은 올해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204.2%로 악화되고 내년에는 210.2%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현미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