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한국 경제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이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인 만큼 금융시장이나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엔화 약세 전환 시 일본기업과의 수출시장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과 국내 유입된 일본계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일본 신용등급 강등으로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 여타 국가들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경제 위축 및 금융시장 불확실성 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24일 “글로벌 금융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 과정에서 엔화가 일종의 안전자산 역할을 하면서 강세를 보여왔다”며 “최근 원화 강세에도 우리나라 기업의 수출이 좋았던 것은 엔화가 워낙 강세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이번 사태로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게 되면 수출 분야에서 경쟁이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올 상반기(1~6월) 우리나라 수출액은 2754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4.4%나 급증했다. 이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생산 차질과 엔화 강세로 일본이 수출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영향이 컸다. 실제 일본과 경쟁상황인 자동차의 경우 올 상반기 수출액이 전년동기대비 25.1%나 증가한 210억9400만달러를 기록했다.

무디스가 국가신용등급 강등 이유로 일본의 국가부채 증가를 문제삼은 것도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제동을 걸어 수출 위주의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재정지출을 늘렸으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경기부양을 위해 취했던 재정지출을 급속히 줄이고 있다.

국내에 들어온 일본 자금의 유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경제규모나 현재 경제상황으로 봤을 때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은 미국 때보다 충격이 덜할 것”이라며 “다만 한국에 들어와 있는 일본계 자금이 적지 않은 만큼 이 자금이 어떻게 반응하느냐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6월 현재 국내외화표시채권 투자잔액(170조5000억원) 가운데 52%를 일본계 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일본계 자금의 국내 투자 감소 역시 우려된다. 올 상반기 일본계 자금의 국내 직접투자 금액은 전년동기대비 43.5% 증가한 8억9100만달러로 전체 외국인 직접투자자금의 16.6%를 차지하고 있다.

김석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