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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일본 신용등급 하락은 예고됐던 경고가 현실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9년 만에 한 단계 강등했고, 무디스 역시 2월 일본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며 등급 하락을 예고했었다.

특히 일본 재정적자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일본 신용평가사인 R&I까지 이달 초 “수개월 내에 일본 정부가 다음 회계연도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예산 긴축을 하지 않으면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락 조치의 가장 큰 이유는 엄청난 규모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이다. 일본의 재정적자는 올해 말이면 1000조엔(약 1경2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500조엔 규모인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2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또 국가부채는 6월 말 현재 943조8096억엔에 육박해 과거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일본의 국가 부채는 지난 5년간 약 100조엔가량 늘었는데 7월1일 현재 일본 총 인구 1억2792만명을 기준으로 할 때 1인당 약 738만엔의 빚을 지고 있다는 셈이다. 이중에서 국민 세금으로 상환해야 하는 장기 채무 잔액은 672조1000억엔에 달한다. 게다가 국가 채무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몇년 안에 국가부채가 가계 자산을 초과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통계에 따르면 가계 금융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 잔액은 약 1110조엔에 이른다. 이에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일본의 국채와 지방채를 합한 누적 국가채무 잔액이 올 연말이면 GDP 대비 204.2%로 악화되고 내년에는 210.2%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재정 위기에 빠진 그리스(136.8%), 아일랜드(112.7%)보다 높은 선진국 최악의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 2020년(회계연도 2021년 3월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한다는 목표 아래 향후 3년간 연간 재정지출을 71조엔으로 제한하고, 국채 발행도 현 수준인 44조3000억엔으로 안정시킨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계획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우선 3·11 동일본 대지진 피해복구를 위한 부흥 예산이 버티고 있는데다 ‘식물 정치’로 불릴 정도인 일본의 정치는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하나같이 일본의 정치가 경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정계는 잇단 ‘단명 총리’에 정책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진행하기 어려운 상태로 오는 29일에는 1년 만에 조기퇴진하는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 후임을 뽑는 ‘선거전’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같은 정치적 불안으로 증세와 같은 재정적자 해결에 핵심적인 사안에 대한 논의가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 정치가 취약해 누가 후임 총리가 되든 예산 긴축안은 격렬한 반대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최현미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