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춘택 분당서울대병원 면역유전자세포치료 연구소장이 지난 6월22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분당서울대병원 지하 1층 중앙실험실에서 면역세포 배양에 필요한 시약을 피펫으로 옮기고 있다. 성남 = 임정현기자 theos@munhwa.com

“인체의 저항력을 키워 암을 치료하는 면역치료는 이론적으로 우수하며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에 비해 부작용이 적습니다. 면역치료는 수술과 항암·방사선 등 기존 치료와 병행해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춘택(54) 분당서울대병원 면역유전자세포치료연구소 소장은 지난 6월22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암 치료 분야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면역치료의 장점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암덩어리는 유전자 변이가 일어난 암세포가 인간의 정상적인 면역체계를 뚫고 무한히 증식한 것을 말한다. 면역치료는 암세포 등에 의해 고장난 면역감시체계(immune surveillance)를 살려내 암 치료에 활용하자는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이 소장은 “최근 암세포만 공격하는 표적 항암치료제가 급부상하고 있지만 암세포가 시간이 지나면 항암제에 내성을 갖기 때문에 완치에 이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면역치료가 아직 이론만큼 뚜렷한 효과를 내고 있지는 못하지만 결국 표적 항암제라는 과도기를 넘어 암 치료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면역치료는 크게 면역유전자치료와 면역세포치료로 나뉜다. 암세포를 체외로 분리해 유전자적 조작을 가한 뒤 인체에 재투입해 암세포를 직접 죽이는 게 유전자치료로 ‘종양백신(tumor vaccine)’이라고 한다. 면역세포치료는 인체의 면역세포를 추출해 체외에서 배양해 기능을 활성화시켜 다시 인체에 투여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기법이다. 추출하는 면역세포 종류에 따라 백혈구의 일종인 ‘암세포 독성 T세포(Cytotoxic T Lymphocyte·CTL)’와 ‘자연살해(Natural Killer·NK)세포’,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의 3가지가 있다.

이 소장은 지난 1982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원자력병원을 거쳐 1998년부터 서울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그동안 폐암 조기 진단 및 치료 전략 수립의 권위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소장은 2003년부터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내과 과장과 폐 센터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3월 면역유전자세포치료 연구소장을 맡았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면역유전자세포치료제 기초 및 적용 연구를 위해 전문 기업인 엔케이바이오와 함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소장은 1994년 박사 후 과정으로 미국 텍사스 사우스웨스턴대 메디컬 센터에서 암 유전자 및 면역치료를 연구하면서 이 분야와 인연을 맺었다. 그동안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학술지에 60여편의 관련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냉철하면서도 때론 열정적으로 면역치료의 장점과 가능성을 소개하고 긍정적인 미래 비전에 대해 전망했다. 그의 전망처럼 면역치료 연구가 획기적인 발전을 이뤄내 암 환자들의 새로운 희망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 소장은 현재 엔케이바이오와 공동으로 NK세포 치료법과 유전자치료법을 결합하는 새로운 치료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암의 발병 과정과 이 과정에서 면역세포의 역할은.

“여러 발암물질과 유전적 또는 환경적 요인에 의해 암세포의 유전자에 변화가 일어나고 이런 변화가 축적되면서 암세포로 변하게 된다. 정상적인 인체의 면역감시체계는 이 변화를 조기에 감지해 변화가 일어난 암세포를 죽인다. 하지만 암세포 중 일부가 면역체계를 교란하는 물질을 분비해 인체 면역세포의 결함을 유도한다. 일단 이렇게 정상 면역감시체계를 뚫고 살아남아 암덩어리가 형성되면 면역세포가 있어도 계속 자라나고 전이된다.”

―면역치료는 무엇인가.

“암 치료에는 기존의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 외에 아직 활용도는 높지 않지만 새로운 치료법인 면역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그 중 유전자치료법과 면역세포치료법이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다. 면역감시체계를 극복하고 암이 발생했기 때문에 인체의 면역체계를 다시 활성화해 암을 치료하려는 시도가 면역치료이다. 유전자치료법은 먼저 분리해낸 암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해 이 암세포에 ‘사이토카인(면역세포를 자극해 활성화시키는 물질)’ 유전자를 집어 넣는 유전자 처리를 한다. 그 다음에 이 유전자 처리된 암세포를 인체에 투입, 암세포에 독성을 가진 T세포(CTL)를 형성해 암세포를 죽인다. 이를 종양백신이라고 한다. 유전자치료에는 특정 바이러스에 사이토카인 유전자를 집어 넣은 뒤 몸 안에 있는 암세포 내로 이 사이토카인을 투입해 치료하는 방법도 있다. 면역세포치료는 이같은 유전자 기법을 활용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이 있다. NK세포 치료는 보통 유전자 기법을 쓰지 않는다. NK세포를 추출해 체외에서 배양, 20~30배 증폭시키고 면역기능도 강화한 뒤 인체 내에 투입해 암을 치료한다. 반면 CTL과 수지상세포 치료는 면역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하되 사이토카인 등의 유전자를 집어 넣는 유전자 처리를 한 뒤 인체에 투입해 암을 치료한다. NK세포는 모든 암에 대해 작용한다.”

―면역세포요법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으며, 현재 국내·국제적으로 어느 정도 적용되고 있나.

“면역세포치료는 오래전부터 연구되어 왔다. 1982년 미국에서 로젠버그 등이 ‘LAK(lymphokine activated killer) 세포 치료’를 시행하면서 본격적인 임상연구가 이뤄졌다. LAK 치료는 동물실험에서는 암이 없어졌는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치료는 생각만큼 효과가 없었다. 그 이후 인체 백혈구의 종류가 세분화되면서 현재 많이 연구되는 세포는 수지상세포, CTL, NK세포 등이다. 아직은 이들 면역세포를 활용한 치료는 임상연구 중으로 표준치료로 확립되지 못했다.”

―자가면역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면역세포치료에는 환자 자신의 면역세포를 추출해 체외에서 배양, 증폭하고 활성화시켜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자가면역치료(autologous immune cell therapy)와 정상인의 면역세포를 추출해 환자에게 주입하는 동종면역치료(allogenic immune cell therapy)로 크게 구분된다. 자가면역치료는 자기 세포가 자기 몸에 들어가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부작용이 없다. 실제로도 부작용이 거의 보고되고 있지 않다. 동종면역치료는 다른 사람 세포가 환자에게 들어가므로 환자의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공격할 수 있다. 기능은 더 좋을 수 있지만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면역치료의 유효성은 어느 정도로 입증됐나.

“환자 자신의 면역력을 이용해 암을 극복한다는 이론은 매우 합리적이고 매력적이다. 하지만 단순하게 면역세포를 추출해 재주입하는 치료는 암세포가 이미 면역감시체계를 극복한 상태라서 그 효과는 미약하다. 그래서 면역세포를 분리해 여러 유전자 치료 등의 조작을 통해 면역세포의 결함을 복구한 뒤 투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면역치료로 신장암과 대장암 환자 치료에 효과가 있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면역치료는 신장암, 흑색종 등 면역성이 강한 일부 암에서 효과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과거 몇 차례 임상연구가 시도됐다.”

―면역치료와 기존 암 치료와의 관계는.

“면역세포치료는 아직 단독으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암세포가 면역체계를 이미 극복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술, 방사선, 항암치료로 암세포의 양을 최소화한 후 남아 있는 미세암 또는 미세전이암에 활성화된 다량의 면역세포를 투입해 치료하면 완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면역치료가 보편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이 연구돼야 하나.

“환자의 면역세포는 일부 결함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를 회복시키는 연구가 필수적이다. 또 암세포 내에는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생된 ‘종양특이항원(그 암세포에 특이하게 발현되는 항원)’이 있는데 인체의 면역체계에 감추어져 있다. 이 숨겨진 암세포의 종양특이항원을 노출시켜 암세포 주위로 여러 면역세포를 끌어오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방법에 유전자치료가 많이 이용되고 있다. 최근 면역세포치료 연구 경향은 수지상세포, CTL, NK세포를 분리해 체외에서 그 항암능력을 최대한 향상시킨 후 재투여하는 것이다. 최근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하는 항암면역치료도 초기 연구 성과가 보고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면역치료를 연구하게 된 계기는.

“1994년 미국 연수 시절 암에 대한 면역치료에 참여했다. 당시에 암세포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으로 p53 종양억제유전자, K-ras 발암유전자의 점돌연변이가 알려졌다. 폐암, 췌장암 환자의 조직에서 p53, K-ras의 변이가 확인되면 20개 정도의 종양특이항원을 제작해 환자의 단핵 백혈구를 분리한 후 체외에서 같이 배양했다. 이렇게 해서 면역세포가 종양특이항원을 인지할 수 있는 기회를 준 후 환자에 투여하는 실험을 했다. 이후 아데노바이러스를 이용한 암, 특히 폐암의 유전자치료를 현재까지 연구하고 있다. 암세포에 유전자치료를 한 후 재투여하는 종양백신도 연구 중이다.”

성남 =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