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저축은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 해결이 우리 금융권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심각한 저축은행 부실 문제에 직면한 스페인의 경우 상당 부분 정책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예금보험공사는 ‘스페인(Cajas)과 독일(Sparkassen) 저축은행 비교분석 및 시사점 연구’를 통해 스페인 저축은행 부실의 가장 큰 원인은 1988년 영업지역제한원칙 폐지 조치였고 이후 정부가 저축은행의 자산 증식 경쟁을 방치한 결과 대량 부실이 발생했다고 6일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저축은행업계의 부실이 심각해지자 2개의 저축은행을 국유화하는 등 총 45개 저축은행 중 39개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불거지는 스페인 재정위기 논란의 주범(主犯)으로 저축은행 대량 부실이 우선 거론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예보 관계자는 “스페인 정부는 1988년 영업지역제한원칙을 폐지했는데 이를 계기로 저축은행과 상업은행, 저축은행 간 자산 확대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제조업 기반이 취약해 부동산 관련 대출(총 여신 중 68.7%)의 편중이 심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위기를 맞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독일 정부는 영업지역제한원칙을 철저히 지켜 저축은행 간 경쟁을 제한시켰다. 독일 저축은행들도 예금 조달 범위 안에서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영업전략을 채택, 독일 지역경제의 자금 공급처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보는 저축은행과 같은 중소금융회사의 공격적인 자산 증가는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사전적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며 각 저축은행의 위험(리스크) 관리 능력을 제고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유회경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