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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불황 장기화로 자금난에 처한 건설사들의 부동산 관련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발행이 리파이낸싱(조달한 자금을 갚기 위해 다시 자금을 조달하는 것)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건설사들이 자금난 해소와 사업장 현상유지를 위해 ‘빚내서 빚을 갚은 것’을 의미한다. ABCP(Asset Backed Commercial Paper)는 매출 채권, 부동산 등의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을 말한다.

25일 메리츠종금증권 부동산금융연구소가 올해 1∼9월 금융권이 건설 및 시행사들을 대상으로 발행한 ABCP를 살펴본 결과 건설사들은 올해 금융권에서 총 9조6736억원의 ABCP를 발행했다.

하지만 건설사들이 올해 발행한 ABCP는 돈을 빌려 새로운 사업을 하는 데 쓰인 것이 아니라 대부분이 리파이낸싱에 집중됐다. 건설사들이 올해 리파이낸싱으로 발행한 ABCP는 전체의 71%가 넘는 6조8847억원이나 됐다.

더구나 사업중단이나 경상경비 등을 위해 발행한 브리지론(일시적인 자금난에 빠질 경우 일시적으로 자금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는 대출) 6947억원과 추가대출 650억원, 기타 9918억원 등을 포함하면 약 90%에 이르는 ABCP가 현상 유지 비용으로 발행됐다. 건설사들이 ABCP 발행을 통해 신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본 PF)에 사용한 자금은 전체의 10%를 약간 웃도는 1조14억원에 그쳤다.

건설사들의 올해 발행 ABCP 대부분이 리파이낸싱인 것은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건설불황 장기화로 자금난에 처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불황 장기화로 자금난이 갈수록 악화돼 기존사업 유지에 급급하는 건설사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ABCP라도 발행할 수 있는 회사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현재 시공능력평가 순위 100대기업 중 은행권 대출이 가능한 A이상 등급은 57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순환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