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11시 서울 중앙지법 별관 211호 부동산 경매법정. 마감 10분 전이 되자 120여명이 법정 안을 가득 메웠다. 이날 경매에 나온 물건들에 인기상품은 적었다. 하지만 정부의 8·29 부동산 대책 이전과 비교하면 참석자가 크게 늘어난 수준이었다. 다만 실제 입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한 참석자는 “요즘 경매시장의 분위기를 보고 싶어 찾았다”고 말했다.

경매시장은 부동산 활황기에는 투자자들이 많이 몰려 실제 부동산 시장보다 선행했다. 최근에는 부동산 경기 악화로 투자 효과가 떨어지자 실수요자들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전체 부동산 시장의 ‘축소판’으로 평가받고 있다.

참석자들이 주로 관심을 갖고 있는 물건들은 서울의 저가 아파트나 빌라였다. 대표적으로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푸르지오아파트 59.58㎡형은 1번 유찰 만에 이날 2억9000만원에 낙찰됐다. 입지 좋은 강남권 주택도 인기가 높았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대림아크로빌 177.26㎡형은 2회 유찰 만에 12억9000만원에 낙찰됐다. 고가 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 입지가 좋더라도 3회 이상 유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이곳 참여자들의 설명이었다.

부동산 경매 전문업체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실제로 경매시장에 나온 서울 지역 부동산의 낙찰률은 9월 들어 38.29%를 기록, 올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 낙찰률은 5월 26.24%, 6월 27.38%, 7월 28.43%, 8월 30.19% 등으로 매우 낮은 수준을 기록해왔다.

특히 3억원 이하 부동산의 낙찰률은 9월 42.02%로 8월(26.09%)에 비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3억원 이하 부동산 낙찰률은 5~7월 각각 28.71%, 33.33%, 28.18% 등을 기록했었다.

이정민 디지털태인 팀장은 “8·29 부동산 대책 이후에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하락 등에 따른 리스크(위험)가 적은 저가 매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 반등에 대한 기대감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음성원기자 e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