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개그맨 이홍렬씨가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자신이 운영하는 한 햄버거 매장에서 자기 캐릭터를 배경으로 환하게 웃고 있다. 심만수기자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 자신이 경영하는 햄버거 가게에서 만난 개그맨 이홍렬씨는 과연 ‘뺑코’답게 코가 컸다. 하지만 코보다는 그가 가진 어린이를 향한 사랑의 부피가 더 컸다. 1954년 생으로 우리나라 나이 쉰 일곱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젊었다. 외모뿐 아니라 마음도 젊었다. 들고다니던 아이폰을 보여주며 “친구들한테 트위터가 어떻고, 애플리케이션이 저떻고 얘길 하면 알아듣는 놈이 없어요”하며 너스레를 늘어놓았다. 그의 젊음과 활력은 이씨가 평생 남에게 나눠준 웃음 에너지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좋아하세요? 아이들을 정말로 좋아하지 않으면 20년 이상 봉사는 못할 것 같은데….”

처음 던진 질문에 그는 의외로 기자가 기대한 모범답안을 한참 벗어나며 이렇게 말했다.

“아이고, 애들하고 한참 같이 있으면 짜증나죠. 울고 떼쓰고 그걸 어떻게 다 받아줘요. 전 우리 애들 어릴 때도 저만큼 도망가는 타입이었어요.” 선선한 대답에 약간 머리가 멍해졌다. “그럼, 어떻게 어린이재단 일을 돕게 되셨나요?”

“음, 정말 오래 전인데요. 1986년에 우연히 어린이재단에서 주최한 소년소녀가장 돕기 행사의 사회를 제의 받았어요. 무사히 행사를 마치고 출연료 봉투를 받았는데, 왠지 찜찜하더라고요. 현장에서 ‘안받겠다, 그러면 안된다’ 한참 실랑이를 벌인 끝에 결국 받아들고 집에 돌아오긴 했지요. 근데, 잠이 안 오는 거예요. ‘내가 나쁜 놈이지’ 이 생각만 드는 거 있죠? 그래서 다음날 다시 어린이재단에 연락해 ‘좋은 일에 써주세요’라고 했다가 그만 거기서 낚였지요. (웃음)”

어린이재단측은 어차피 후원금을 낼 거라면 두 아이의 장기후원자가 돼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그는 정말 우연히도 강원도의 한 소년과 어느 제주도 소녀의 후원자가 됐다.

이듬해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난 그는 온 김에 아이 얼굴이나 한번 볼까 해서 연락을 했다. 막상 아이를 보니 마치 친자식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기서 그는 ‘돈’을 주는 후원자에서 ‘마음’과 ‘시간’까지 바치는 기부자로 거듭난다.

특히 1998년에는 어린이재단 홍보대사를 맡아 이곳저곳 얼굴을 내밀다가 나눔의 문화를 전파하는 강연자로 또 한번 변신했다. 2007년부터 시작된 ‘펀 도네이션(Fun Donation)’이란 이름의 이 강연은 종교적·도덕적 의무를 강조하는 딱딱한 여타 설명회와 달리, 친근한 생활 속 에피소드와 웃음으로 버무려진 명품 이야기 마당으로 정착했다.

어린이재단 지역본부를 따라 전국을 돌아다니며 현재 41회에 연인원 2만명의 청중을 모았다. 이씨의 강연을 들은 사람들은 웃음 속에서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며 상당수가 기꺼이 동참으로 화답한다. 그는 앞으로 100회를 채울 때까지 더 힘차게 뛸 생각이다.

“‘지금 당장 시작하라, 딱 1만원부터 시작하라, 시작하면 오래 하라’고 3가지를 강조합니다. ‘나중에 형편이 좋아지면…’하다가는 시작을 못합니다. 처음부터 거창하게 하려고 해도 안 되지요. 그리고 나눔은 밥을 먹듯, 세수를 하듯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습관이 돼야 합니다. 오래 하다보면 ‘나눔중독’이 될 겁니다.”

그는 기부강연 외에도 2005년부터 동료 연예인들과 스타 애장품 자선경매 축제인 ‘락락(樂樂) 페스티벌’을 개최해오하고 있다.

2009년 11월 행사에는 축구스타 박지성 선수와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 베스트셀러 작가 이외수씨를 비롯해 가수 박상민, 테이, 강수지씨 등이 참여해 8000만원의 성금이 조성됐다. 전액 한부모 가정 및 소년소녀 가장의 따뜻한 겨울나기에 사용됐음은 물론이다.

노성열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