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충남 연기군의 세종시 첫마을 사업부지 조성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6·2지방선거’패배 이후 세종시 수정안 문제와 4대강 사업 추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대체적인 고민의 방향은 ‘그대로 추진하기는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청와대측은 “세종시 수정 방침이 바뀐 것은 없다”는 것이지만 “정치환경에 따라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말해 달라진 기류를 보였다.

지방선거 결과로 정치환경이 바뀐 만큼 세종시 수정 추진이 힘들다는 청와대의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이해되는 발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세종시 수정법안은 국회에 넘어간 사안”이라며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토대로 결정하면 수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처리해 줘야 한다’던 기존의 논리와는 180도 달라진 태도다.

그간 세종시 수정에 가장 완강하던 총리실 핵심 관계자도 이날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으나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이나 민의는 살펴서 조율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4대강의 경우, 기류를 종합하면 “현재 진행중이어서 당장 중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야당에서 새로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충분히 논의해서 건설적 방향으로 세심하게 추진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행정부처 이전을 백지화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세종시 수정을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4대강 사업은 이왕에 예산이 투입돼 공사를 시작한 만큼 당장 중단하기는 어렵고, 야당 및 시민사회단체 반대론자들의 의견을 일부 수용, ‘속도조절’에 들어가야 한다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세종시 수정에 대해서는 이제 친이(친이명박)직계 의원들도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충청권에서 전패하고 수도권에서도 고전한 만큼 세종시 수정추진의 동력을 잃었다는 게 당내 판단이다. 한 친이직계 의원은 4일 “지방선거 전에도 세종시 수정이 어려워 선거 이후로 미뤄놨는데, 민심이 어떤지 확인된 이 마당에 어떻게 세종시 수정을 다시 추진할 수 있겠느냐”며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친이계 내부 상당수 의원들이 이같은 의견이며, 조만간 청와대나 총리실에서 세종시를 정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구상찬 의원 등 일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대세는 아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세종시는 당장 수정 포기를 선언해야 하지만 4대강은 반대파들의 의견을 수용, 수정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이계 상당수 의원들도 “종교계를 비롯해 4대강 사업에 대해 광범위한 반대가 있는 만큼 하천 준설깊이와 보 설치 계획의 일부를 수정하고, 강 주변을 청계천처럼 인공적으로 치장하는 데 무려 22조원을 쏟아넣는 것은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동·박영출기자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