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6일 밤 9시22분’ 재구성해보니

2010년 3월26일 오후 9시22분 인천 옹진군 백령도 서남방 2.5㎞ 해상. 250㎏ 규모의 고폭약 탄두를 단 북한 음향어뢰는 해군 초계함 천안함의 스크루를 향해 초속 12~14m의 속도로 달려들었다.

직후 천안함 가스터빈실 좌현 3m 앞까지 도달한 어뢰는 ‘쾅’하는 소리와 함께 터졌고,‘펑’하는 굉음과 함께 100m가량의 물기둥이 치솟았다. 천안함 46용사의 목숨을 앗아가며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지게 한 사건의 시작이었다.

55일간 전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했던 원인은 ‘직경 21인치, 무게 1.7t’의 북한 자체 제작 어뢰였다. 사건 발생 55일만인 20일 민군합동조사단(합조단)은 천안함 침몰사고의 원인이 북한이 자체 제작한 음향어뢰 ‘CHT-02D’로 인한 공격임을 밝혀냈다. 합조단이 발표한 조사결과를 통해 당시 사건 상황을 재구성해 봤다.

천안함의 좌현 아래에서 터진 200~300㎏ 규모의 폭발은 규모 1.5의 지진파를 일으킬 정도로 강력했다. 폭발 직후 대규모 충격파와 물기둥을 동반한 버블효과가 나타났다. 바다 위 100m까지 치솟은 물기둥은 곧 1200t급 초계함의 기둥인 용골을 위로 변형시키며 부러뜨렸다. 순식간에 주갑판의 가스터빈실 환기구를 중심으로 절단나기 시작하면서 천안함이 두 동강났다.

선체는 함미와 함수로 분리돼 직각형태로 기울면서 가라앉았고, 예상치 못한 폭격에 천안함 내부는 아수라장이 됐다.

당시 천안함 당직근무를 마치고 함장실에서 작전계획을 검토중이던 최원일 함장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선체가 직각 형태로 오른쪽으로 기울면서 몸이 50㎝가량 튀어올랐다. 동시에 엔진이 꺼지고 전기가 끊기면서 통신이 두절됐다.

물위에 있던 함수가 기우뚱거리자 갑판 위와 함수 쪽에 있던 장병들은 급히 배 앞머리 쪽으로 몰려들었다. 천안함 포술장이 가장 먼저 2함대사령부 상황실에 “배가 기울어 침몰중”이라고 휴대전화로 보고했고, 함장실에서 나온 최 함장도 곧바로 휴대전화로 함대사령관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이후 해경이 동원돼 긴박한 구조작업이 펼쳐졌지만, 104명의 승조원 중 58명만 구조됐다. 천안함 침몰소식을 전해들은 승조원 가족들은 오열에 빠졌고, 전 국민은 비탄에 잠겼다.

천안함에 어뢰를 발사했던 북한의 잠수정은 공격 2~3일 전에 북한 해군기지에서 나왔다가 천안함을 침몰시킨 뒤 2~3일 후에 기지로 유유히 복귀했다. 이후 50여일이 흐른 지난 15일 해군은 천안함을 공격한 어뢰의 프로펠러와 추진모터를 수거했다. 어뢰 추진부 뒷부분에서 북한 소행임을 명확히 밝혀주는 결정적 증거가 확인되면서 북의 호전적이고 야만적인 범행 전모가 드러났다.

이용권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