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건의 원인이 북한 잠수함에 의한 어뢰공격 때문이라는 민군합동조사단의 20일 공식 발표가 나오자 사회각계 원로들은 “우리사회의 안보의식을 더욱 강화하고 대북정책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공동대표인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천안함 사건은 평화는 우리의 힘과 의지, 헌신 정신이 없으면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면서 “대한민국 국가공동체가 존속, 유지, 번영하기 위해서는 안보의식을 기본으로 하는 결연한 의지가 없으면 나머지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줬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천안함 침몰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계 일부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다원주의 아래에서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우리 모두가 대한민국이라는 한 배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 똘똘 뭉쳤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은 “하드 파워인 군사적 대응은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신중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나 삐라 살포, 대북방송 등 소프트 파워적인 대응을 동시에 추구해 나가야 한다”며 “경제교류와 관련해 개성공단에서도 철수할 수 있다는 각오로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전면적인 대화단절 및 극한대립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서영훈 전 대한적십자사 전 총재는 “이번 조사결과로 남측과 북측이 무력충돌을 빚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재발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겠지만 북측과도 계속 대화를 하면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19일 주재한 6·25 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민간위원회 오찬간담회에 참석한 남덕우 전 총리는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국민의 해이해진 안보의식이 강화되고 호국정신과 애국정신을 되새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홍구 전 총리도 “천안함 침몰 사건을 겪고 나니 60년을 맞는 6·25전쟁이 종결된 전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분단된 한반도에서, 대결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현실을 온 국민이 실감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상연 전 내무부장관은 “비정규전이나 비대칭적인 전투에 가장 효율적인 대처는 국민의 의식무장”이라며 “확고한 안보의식을 토대로 규정을 준수해 나가면 비정규전의 절반은 승리한 셈”이라고 말했다.

현일훈·윤정아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