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건의 원인이 북한 잠수함의 어뢰공격 때문이라는 민군합동조사단(합조단)의 20일 발표에 ‘천안함 46용사’의 유가족들 대부분은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며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유가족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면서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천안함 유가족들은 우울증, 대인기피증 등을 호소하는 등 아직도 사고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정국 전 천안함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이날 “유가족협의회에서도 평택에 있을 당시부터 북한의 소행이라는 사실을 예견한 상태여서 특별히 더 놀란다거나 흥분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다만 “유가족들이 북한에 대한 안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똑 같은 방식의 무력보복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형준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유가족들 모두 각자 일상생활로 돌아갔지만 적응을 못하고 있는 상태”라며 “가족을 잃은 슬픔은 가슴속에 평생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대부분 그동안의 좌초설이나 충돌설 등 온갖 억측이 사라지게 된데 대해 안도하면서도 북한의 어뢰 공격이 밝혀진 만큼 정부의 대응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문을 했다.

희생 장병 고 서승훈 중사 아버지 서천석(47)씨는 “전쟁까지는 아니더라도 강력한 조치는 분명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매일밤 꿈에 일곱살 때 모습을 한 아들이 나타나 나를 부른다”면서 “주변에서 ‘무식하게 일만 하는 사람’이라는 소릴 들어왔지만 사건 이후 한번도 일터에 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 이창기 준위 형 이완기씨는 흥분된 어조로 “북한의 소행이라는 합조단 공식 발표에 더 분통만 터진다”고 말했다.

고 이상준 중사 어머니 김이영(54)씨도 “외부 폭발이면 당연히 북한에서 노리고 있다가 우리 장병들을 쏜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백령도 앞바다에서 전사한 아들만 불쌍하다”고 말했다.

고 박경수 상사의 사촌형 박경식(36)씨는 “백령도 앞바다에서 두동강이 난 천안함 내부와 절단면을 본 순간 어뢰에 맞은 것을 확신했다”면서 “유가족들 대부분 이미 짐작하고 있었으며 다만 공식발표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고 김태석 중사의 누나 김효순(52)씨는 “한반도가 여전히 전시상황이라는 사실을 국민들 대부분 잊고 살아왔다”면서 “이번 합조단의 사고원인 조사 발표를 통해 북한의 소행이 확실시 된 만큼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새로이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준희·현일훈·윤정아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