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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당시의 진상이 목격자 진술 등을 통해 어렴풋하게나마 윤곽을 드러내면서 구조된 승조원들과 군 당국의 사고 대응에 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어떤 이유로 사건이 발생했든 대응만 제대로 이뤄졌다면 만 3일이 지나도록 군 장병 46명이 실종된 채로 남아 있지는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① 어선이 발견한 것을 군은 왜 못 찾았나 = 천안함 실종자 대부분이 타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함미의 침몰 위치를 찾아낸 것도 해군 당국이 아니라 일반 어선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군 당국에 따르면 28일 오후 4시20분쯤 백령도 장촌포구 근해에 출항했던 어선 연성호(선장 최치호·62)가 어군탐지기를 이용, 물 속에 잠겨 있는 천안함 함미를 처음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천안함 침몰 다음날인 27일 해군 해난구조대(SSU)를 현장에 급파하고 28일에는 선체 확인 및 기뢰 탐색을 위한 소해함(양양함, 옹진함), 대형 크레인과 리프트백 등을 갖춘 3000t급 구조함 광양함을 현장에 파견했지만 결국 함미를 찾아낸 것은 일반 어선이었던 것이다. 어선에 비해 훨씬 좋은 장비와 인력을 갖추고도 사고 발생 3일이 지나도록 천안함의 함미를 찾아내지 못했던 군으로서는 할 말이 없게 됐다. 21명이 한 선실에 머물렀을 것으로 가정할 때 생존 가능 시간이 69시간 정도임을 감안하면 이는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한시가 급한 실종자 가족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② 천안함, 위기대응 수칙 지켰나 = 지난 26일 오후 9시30분 천안함 후미에서 강력한 폭발이 발생한 뒤 오후 10시20~40분 현장에 도착한 해양경찰청 경비정 501호는 함수 부분에 있던 승조원 56명을 구조했고, 10시35분쯤 현장에 도착한 어업지도선 227호도 승조원 2명을 구조했다.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과 합동참모본부 등의 발표 내용에 따르더라도 후미 폭발에서 선체의 60%가 물 속에 잠길 때까지 약 20분이 걸렸다. 이 때문에 당시 천안함 내부에서 위기대응 수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폭발과 함께 천안함 내부 전기가 완전히 끊겨 칠흑같은 어둠이 닥쳤다 해도 평소 ‘비상 이함(移艦·배를 버리고 탈출)’ 등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 훈련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자체 구조 또는 탈출이 가능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천안함을 비롯한 함상 근무 경험이 있는 전역자들은 “평소 ‘재수가 없다’는 이유로 이함 훈련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③ 함미 부분 탈출구 확보됐나 = 천안함이나 다른 함선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전역자들은 “함선 내에서 평소 사병들의 근무지 이탈을 막기 위해 출입문에 줄을 매놓곤 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실종된 박경수 중사의 가족들도 “(박 중사로부터) ‘보통 함선에는 앞문과 뒷문이 있는데, 사병들의 탈출을 방지하기 위해 뒷문은 잠가 놓는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며 “부대측은 사병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지만 너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의 주장대로 천안함도 사고 당시 출입문을 외부에서 밧줄 등을 이용해 잠가놓은 상태였다면 내부에 갇힌 장병들은 위기대응 수칙에 따라 탈출하고 싶어도 탈출하기 어려웠을 수밖에 없다. 전기가 끊어진 상황에서 비상전력이 가동되지 않고 탈출을 위한 최소한의 빛조차 제공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해군 복무 중 정전 사태를 경험했다는 한 전역자는 “천안함이 사고를 당한 시간대에 바다 위에서는 칠흑 같은 어둠 뿐”이라며 자신의 경험에 비춰볼 때 천안함 내부가 극도의 혼란에 빠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④ 해군은 왜 구조 안 했나 = 천안함에서 구조된 승조원 58명 중 해군에 의해 구조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합참은 사고 직후인 26일 오후 9시41분 백령도에 있던 고속정 4척에 출동을 지시, 9시58분쯤 이들이 사고지점에 도착했다. 하지만 오후 10시20~40분 해경 경비정 501호와 10시35분쯤 어업지도선 227호가 현장에 도착한 뒤에야 승조원 구조가 시작됐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던 해군 고속정들이 구조활동은 벌이지 않고 천안함 일대에 라이트만 비추고 있었던 것이다. 해군측은 “당시 파고가 3m로 매우 높아 다른 함정들은 천안함에 계류해 구조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구명보트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구조 목적이 아닌 어업지도선조차 현장에 출동해 부상을 입은 2명의 승조원을 구조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해군측은 승조원 구조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구명보트가 없더라도 로프를 비롯한 각종 안전장비를 이용해 얼마든지 구조에 나설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⑤ 속초함은 왜 발포했나 = 사고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해군 함정 속초함은 레이더상에 나타난 북쪽의 미확인 대공 표적에 대해 76㎜포를 발사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합참은 이후 “천안함 근처에 있던 속초함이 정체불명의 물체를 포착해 5분간 경고사격을 가하기도 했지만 레이더상의 형상으로 볼 때 새떼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고 직후 현장에 출동했던 해군 고속정들이 천안함 승조원 구조에 나서지 않았던 상황과 맞물려 의혹을 자아내고 있다.

해군측이 당시 천안함이 외부의 공격에 의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잘못 판단해 승조원 구조보다는 교전 태세를 갖추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뒤에 확인된 바에 따르면 속초함이 포격을 가한 것은 새떼로 추정됐고, 천안함이 사고를 당할 당시 북한군의 특이 동향이나 어뢰 발사 흔적 등은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평택 = 박준희 · 백령도 = 채현식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