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 후 1초 안에 배가 두 동강 나면서 순식간에 가라앉았다(최원일 해군 초계함 천안함 함장).”

“(40분만에) 현장에 가보니 함은 옆으로 기울어 있었고, 일부는 구명 뗏목에 타서 이동중이었다(대청도 어업지도선 항해사 박모(37)씨).”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의 원인 등을 둘러싸고 갖가지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는 가운데 해군과 구조작업에 참여했던 목격자들의 증언이 엇갈리면서 의문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당시 상황에 대한 군 당국의 발표 내용이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해서 뒤바뀌고 구조된 천안함 승조원들에 대한 당국의 통제가 계속되면서 실종자 가족 등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9일 문화일보가 천안함 침몰 당시 구조작업에 참여한 민간 어업종사자들을 취재한 결과 천안함은 폭발 이후 1시간이 넘도록 가라앉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일 생존자 2명을 구조한 항해사 박모씨는 “당일 9시50분에 연락받고 5분뒤 출발해 10시35분에 현장에 가보니 함은 옆으로 기울어져 있었다”며 “군함이 부서져 일부는 해경에 의해 구조되는 중이었고 일부는 구명 뗏목에 타서 이동중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폭발 이후 20분 만에 천안함의 60%가 물에 잠겼고 침몰이 시작됐다던 해군측 주장과는 다른 내용이다. 앞선 27일 천안함에서 생존한 함장 최원일 중령은 “폭발 후 1초 안에 배가 두동강나면서 직각으로 기울었고 순식간에 가라 앉았다”며 “함장실에서 나와 보니 이미 후미 부분은 보이지 않았다”고 사고 당시를 설명한 바 있다.

이처럼 사건 정황이 딱 떨어지지 않는 가운데 생존자에 대한 군 당국의 통제가 이어지자 실종자 가족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의혹을 제기하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천안함 침몰 당시 상황과 침몰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이미 구조된 승조원들을 직접 만나기를 원해 왔다. 하지만 군 당국은 구조된 승조원 4명을 대표로 보내 실종자 가족들에게 한 차례 간략한 설명을 했을 뿐이다. 특히 실종자 가족들은 “구조된 승조원들이 가족을 만나는 것조차 군 당국이 막고 있다”며 “군이 입을 맞추려 하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종자 강현구 병장의 가족 임모(47)씨는 “지금 사고가 난 지 얼마나 지났는데 상황이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며 “우리로서는 군과 정부에서 쉬쉬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용권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