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부가 서민생활 지원 등을 위한 위기관리지출을 크게 늘린 가운데 서울 중구 장충동 목재파쇄작업장에서 산림가꾸기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정부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확대정책을 펼친 결과 한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재정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재정지출 확대, 위기극복 ‘1등 공신’ =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주요 20개국(G20)을 대상으로 글로벌 경제위기 이전인 2007년과 비교한 재정수지 추정치를 비교한 결과 올해 G20 국가 중에서 재정수지가 가장 나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러시아였으며 한국이 그 뒤를 이었다. 일반적인 의미의 재정수지와 달리 위기 이전 시점인 2007년과 비교한 재정수지는 위기극복 과정에서 세계 주요국의 재정수지 변화 추이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아주 유용한 지표다. 문화일보가 인용한 IMF 연구진의 보고서는 IMF 내에서 각종 토론을 할 때 기초 자료로 활용될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경제정책을 입안할 때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는다.

전문가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해 주요 예측기관들이 한국경제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가장 빠르게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 것은 이같은 적극적인 재정지출에 힘입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내년이다. 내년 한국의 위기관련 지출은 GDP의 4.7%를 차지해 G20 국가 중에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IMF는 한국이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한 분야로 ▲사회기반시설 투자(35억달러) ▲중소기업 및 농민 지원(26억달러) ▲서민층 등에 대한 지원(8억달러) 등을 꼽았다.

◆재정건전성 악화 비상 = 그러나 한국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지출을 확대하면서 재정건전성에는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IMF는 2007년과 비교한 우리나라의 재정수지가 GDP대비 올해 마이너스(-)6.7%, 내년 7.8%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한국의 내년 위기관련 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G20 국가 중에서 가장 많을 것이라는 분석은 앞으로 한국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국제 사회의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 재정건전성 악화가 심각해질 경우 국가 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다.

현재까지 정부는 “경기회복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당분간 재정확대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조만간 발표될 세제개편안에서 서민·중산층에 대한 세제지원방안을 추가로 발표하는 등 서민·중산층에 대한 지원 정책을 꾸준히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조만간 ‘2009~2013년 중기 재정운용계획’을 통해 중·장기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청사진’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최근 IMF가 한국이 재정균형을 달성하는 것은 2014년이나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완전히 불식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의 재정수지가 나빠지는 것은 경제위기에 한국이 그만큼 조기에 대응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며 “정부는 재정건전성 조기 회복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해동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