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얼굴이 수심으로 가득하다. 한국경제가 당면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원·달러) 환율 급등, 경상수지 악화, 성장률 하락의 ‘삼고(三苦)’를 어떻게 헤쳐갈 수 있을지 윤 장관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외부에서는 동유럽발 ‘2차 금융위기설’, 내부에서는 ‘3월 위기설’로 경고등이 동시에 켜지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18일 오전 윤 장관은 정부 과천청사 재정부 7층 대회의실에서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장관 및 장관급 7명과 경제부처 차관들이 참석했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 마음도 무겁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말로 회의를 시작했다. 윤 장관은 “힘을 합치면 마이너스(-) 성장률을 플러스(+)로 전환시킬 수 있다”고 역설했지만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최근 윤 장관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3월 위기설로 요약되는 금융시장 불안이다. 그는 이날 “금융시장 정상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금융시장을 안정시켜야 실물부문의 불확실성도 줄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시장 불안정으로 18일 오전 원화에 대한 달러값인 원·달러 환율은 1476원까지 치솟았다.

시장에선 조만간 1500원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3월 위기설은 일본계 자금이 결산을 위해 국내시장을 대거 떠난다는 것과, 국내은행이 만기가 돌아온 단기외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결국 달러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져 환율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은행권 부실로 해외자금조달 역시 버거울 것으로 보고 있다.

불안정한 금융시장을 방어하려면 ‘실탄’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경상수지는 지난 2008년 전체로 64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8.6억달러로 3개월 연속 흑자를 보였지만 올해 1월 무역수지가 -33억달러를 나타내면서 경상수지는 다시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이와 관련, 윤 장관은 “수출(대상인) 선진국 시장의 정상화 조짐이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관측했다. 한국경제는 수출이 급감하면서 금융이 흔들리고, 불안해진 금융이 기업을 압박하는 악순환 고리로 빠져들고 있다. 현재 2017억달러(1월말 기준)인 외환보유액이 심리적 저지선인 2000억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시장은 대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있지만 163억달러(한도 300억달러)를 갖다 써 추가 자금을 끌어오기도 여의치 않다.

이와 함께 윤 장관은 성장률 하락의 과제를 풀어야 한다. 소비침체, 기업생산 및 투자 감소로 막힌 경제를 재정지출 확대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다. 올해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세 등이 일제히 감소하는 심각한 세수부족 사태도 우려된다.

외국에 달러를 갚아야 하는 날짜는 어김없이 돌아오고, 벌어들이는 돈은 적고, 경기를 식히지 않기 위해선 계속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 사면초가 상황이다. 이제교기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