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국내 최초로 아토피 질환 아동을 위한 전문 어린이집이 문을 열었다.

송파구(구청장 김영순)는 31일 아토피 질환을 앓는 아동을 위한 통합 어린이집인 구립 ‘행복한 어린이집’을 개원했다고 밝혔다. 행복한 어린이집은 ▲아토피 질환 아동 40명 ▲장애아 9명 ▲일반아동 50명 등 총 99명의 원아를 한데 모아 돌보는 새로운 개념의 아동보육시설.

행복한 어린이집은 실내온도 20도, 습도 50~60%의 최적상태를 상시적으로 유지하는 온습도 자동조절기, 공기청정 기능을 지닌 별도의 기계설비, 내부공기를 순환시키는 전열교환기 등을 갖췄다.

마루는 몸에 해로운 화학물질이 없는 비접착 방식의 접합마루, 천장은 심해 플랑크톤의 화석이라 할 수 있는 규조토로 이뤄졌다. 규조토는 공기정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벽과 천장의 색칠은 민들레씨, 해바라기 등 자연 추출물을 원료로 한 천연페인트로 했다. 아이들이 만지고 부딪이는 가구들은 자작나무로 만든 친환경제품. 심지어 목욕통도 편백나무로 짠 오크 욕조로 아토피 진정효과를 발휘한다는 것.

김영순 송파구청장은 “지난해 구청장 당선 직후 한 유권자가 아토피 아동을 키우는 고통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내왔다”며 “다른 지자체와 중앙정부, 민간부문까지도 더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일반 아동과 함께 수용하는 통합 시설로 건립한 것도 ‘함께 사는 사회’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한다.

어린이집 공사를 담당했던 박종배 다이크건설 소장은 “아토피와 관련된 구체적 건축규정이 없어 검증된 친환경 마감재를 주로 썼다”며 “이 분야의 선구자가 된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시공했다”고 말했다.

행복한 어린이집은 아동들에게 제공되는 식사와 간식도 친환경 농산물로 마련하고, 이에 따른 추가 급식비는 전액 구청 측이 부담한다. 구청이 인건비를 대는 상근 간호사 1명을 비롯해 총 16명의 교사가 아이들을 세심하게 돌보게 된다.

아토피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솔이(4·여)를 키우던 주부 김혜정(35)씨는 “부산에 살다가 1년 전 서울로 이사와 아이의 아토피가 더 심해졌다”며 “그동안 겁이 나 일반 어린이집에 못 보내다가 특수시설인 점을 믿고 맡겼다”고 말했다. 아토피 질환 및 장애 아동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이란 사실이 엄마들에게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평균 3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 지난 1일 공개추첨 방식으로 원아를 뽑았다.

송파구 송파장터길 송파여성문화회관 2층 579.42㎡(약 175평) 공간에 자리잡은 행복한 어린이집은 오는 6월4일 정식으로 입학식을 거행한다.

노성열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