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6일 오전 국회 한나라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재섭(오른쪽) 대표와 김형오 원내대표가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심만수기자 panfocus@munhwa.com

연말 대선을 앞두고 치른 ‘중간고사’였던 4·25 재·보선 개표 결과, 국회의원 선거구 3곳 가운데 한나라당은 경기 화성, 민주당은 전남 무안·신안, 국민중심당은 대전 서을에서 각각 승리했다. 기초단체장 재·보선 지역 6곳 가운데 서울 양천, 경기 양평·가평·동두천, 경북 봉화 등 5곳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당선됐고, 한나라당은 충남 서산 1곳에서만 당선자를 냈다. 9곳에서 치러진 광역의원 재·보선에서도 한나라당이 3곳, 무소속이 6곳을 차지해 무소속 약진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에선 선거 패배에 대한 지도부 책임론이 등장하는 등 내분 조짐이 일고 있고, 열린우리당은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 채 혼란상을 연출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은 ‘대통합’보다 선거 승리의 여세를 몰아 독자 행보를 가속화할 태세다. 정치권 전체가 재·보선 후폭풍에 휘말리고 있다.

4·25 재·보선 참패성적표를 받아든 한나라당은 26일 하루종일 어수선했다. 책임떠넘기기 공방에다 당진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온 대선주자 책임이 더 크다”, “아니다. 공천을 잘못한 당지도부 책임이 더 크다”, “소장파가 당을 망쳐놓았다” 등 다양하다. 강재섭 대표에서 말단 당직자에 이르기까지 이날 쏟아진 말들은 당이 받은 충격이 꽤 컸음을 보여준다.

“이대로 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겠는가”라는 근본적 회의론도 나왔다. 곳곳에 적신호가 켜진 때문이다. 아성인 영남지역에서의 패배, ‘제2의 강남’이라 칭해지는 양천구청장 선거 패배, 강 대표 지역구에서의 광역의원 패배 등이 상징적인 사례들이다. 자가진단한 참패원인들도 나열하기 힘들 정도이다. 공천잘못, 후보매수 비리, 당의 오만, 부패의 사슬, 줄세우기 경쟁, 공천 나눠먹기, 높은 당지지율로 인한 착시현상 등의 진단은 모두 한나라당에서 나온 자성들이다. 홍준표 의원은 “이번 참패는 한나라당에 대한 심판이었다”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지도부 총사퇴론을 놓고서는 당분간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총사퇴가 불가피하다”(홍준표 의원, 익명을 요구한 초선의원)는 목소리가 큰 반면, “책임은 져야겠지만 총사퇴가 능사는 아니다”(정형근·권영세 최고위원, 남경필 의원 등)는 반론도 많다. 사퇴불가피론자들은 “그것이라도 해야 국민들이 반성한다고 인정해줄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대·신중론자들은 총사퇴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이 자칫 대선을 7개월여만 앞둔 상황에서 공백과 혼란을 더 초래할 가능성이 많다는 주장이다. 남 의원은 대신 “임시전대를 열어 지도부 신임을 묻고 결과를 바탕으로 새출발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런 가운데 강창희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대전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겠다”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책임론은 예상보다 강도가 셌다. 남경필 의원은 이전투구, 줄세우기 등을 지목하며 “제일 큰 책임은 대선주자들”이라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대선주자들이 갈등하고 화합하지 않은 행보에 국민들이 실망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어항 속에서 대선주자들끼리 물고 뜯는 행태에 국민이 눈살을 찌푸린다. 그러다보니 대선주자들이 지역에 가서 유세해도 안먹혔다”고 진단했다. 박, 이 두 주자 캠프에서는 공천 잘못의 책임이 큰 당지도부에게로 화살을 돌리는 뉘앙스의 평가들을 내놓으며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한나라당이 내홍과 갈등을 넘어 전열을 재정비할지 기로에 서 있다.

김상협·양성욱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