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재·보궐 선거 결과에 대한 열린우리당내의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국민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을 동시에 심판한 것이며 즉각 우리당을 해체하라는 것이 유권자의 명령”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자당의 몰락보다는 ‘한나라당 참패’ 쪽에 애써 시선을 돌리며 “사실상 국회의원 보선에서 2승1패이며 반(反) 한나라당 연대의 승리인 만큼 질서있는 전환을 모색할 때”라고 강변하고 있다. 특히 통합의 가능성을 엿봤다는 점에서 안도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국회의원 1곳, 광역의원 2곳, 기초의원 11곳 등 전국적으로 14곳에 후보를 내고도서도 전북 정읍시 기초의원 선거 1곳에서만 후보가 당선되는 등 사실상 ‘패배한 선거’라는 것을 희석시키고 민주당과 국민중심당 승리에 편승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그러나 소속 의원들의 술렁임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사실상의 선거연합으로 치러진 전남 무안·신안이나 대전 서을의 승리는 평화개혁미래세력이 대통합을 위해 손을 잡으라는 국민의 지상 명령”이라며 “모든 것을 버리는 자세로 대통합에 임해 대통합신당 성공을 위해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장영달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번 선거 결과는 대통합을 추진하라는 명령”이라고 같은 취지로 말했다. 특히 정 의장은 의총 이후 곧바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통합을 위한 정당 대표자간 논의 테이블’을 공식 제안했다. 정 의장은 “대통합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제정파 대표들을 직접 만나겠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이번 선거가 연합공천으로 인한 ‘반 한나라당 전선’의 승리라고 보고 발빠르게 대통합을 위한 후속작업에 들어간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소속 의원들의 정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몇달 전까지만 해도 집권당이었던 우리가 후보를 못 냈다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패배를 말한다”면서 “열린우리당 타이틀로는 사람들이 안 모인다는 걸 보여준 선거여서 결국 분열이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재·보궐 선거 이후 ‘당 해체론’ 재점화와 소속 의원들의 대거 탈당 등의 문제와 연결돼 있어 주목된다.

오영식 전략기획위원장은 “통합의 기대도 좋지만 어차피 이번 선거에서도 우리당에 대한 싸늘한 민심은 확인됐고 향후 정치 일정도 이같은 민심을 바탕에 깔고 속도감 있게 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위원장은 당내 일부 의원들의 동요 가능성에 대해 “선거 결과가 당내 상황에 미치는 영향은 있겠지만 곧바로 의원들이 동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번 선거가 통합의 흐름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크게 고무될 것도 없고, 또 탈당 등의 독자적인 행보로 연결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이미 탈당한 의원들이 밖에서 제대로 전망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의원들의 결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면서 “5월 중순 후보중심 창당 흐름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미·김성훈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