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를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16강에 진출시킨 거스 히딩크 감독(60). 팬들은 그를 ‘축구 마법사’로 부른다.

그는 1998년과 2002년에 각각 네덜란드와 한국 대표팀을 맡아 월드컵 4강에 올려 놓는 업적을 이루었고 또다시 ‘축구 변방’ 호주를 32년 만에 16강에 올려 놓았다. 23일(한국시간) 열린 2006년 독일월드컵축구 F조 조별리그 호주-크로아티아 경기에서 호주는 매번 골을 잃고도 악착같이 만회하며 2-2로 비겨 조 2위를 차지했다.

‘히딩크 마법’의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뛰어난 용병술을 꼽을 수 있다. 이날 호주는 경기 시작 2분 만에 크로아티아에 선취점을 내주면서 기선을 제압당했다. 하지만 곧 무승부를 만들고 후반에 다시 골을 허용하자 수비수 대신 노련한 공격수 2명을 잇달아 투입시켰다. 결국 파상 공세 끝에 후반 34분 크로아티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해리 큐얼이 극적인 동점골을 넣으며 상대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이는 정확한 경기 흐름의 파악과 절묘한 선수교체로 적극적인 공격을 펼치는 전술이 딱 맞아 떨어진 것. 이같은 전술은 조별리그 첫 경기인 일본전 때와 그대로 닮았다. 히딩크 감독은 당시 0-1로 뒤지던 후반전에 공격형 미드필더 팀 케이힐과 전방 공격수 알로이지를 투입했고 이 두 선수가 막판에 3골을 몰아치는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여기에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에게 정신력과 자신감을 심어줬다. 월드컵 경험이 거의 없는 호주의 뒷심이 이처럼 강해진 것은 적재 적소에 선수를 기용하는 용병술과 더불어 정신력이 한몫을 단단히 했다. 호주대표팀 대부분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빅리그에서 활약 중인 뛰어난 선수들이지만 그동안 대표팀에서 목표 의식이 부족하고 조직력이 떨어져 강팀으로 거듭나기 어려웠다. ‘모래알’과 같던 호주대표팀은 2005년 7월 히딩크 감독의 지휘 아래에서 확 달라졌다.

지휘봉을 잡은 히딩크 감독은 넓은 포용력과 카리스마, 그리고 강한 승부욕으로 불과 1년 만에 끈질긴 팀으로 바꿔놨다. 히딩크 감독은 이날 경기후 독일 축구전문 매체 ‘키커’와의 인터뷰에서 “항상 페이스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신뢰를 주었고 주장 비두카 역시 “히딩크 감독을 위해서라면 그라운드에서 쓰러질 각오가 돼 있다”고 말할 정도로 선수들은 그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히딩크 감독이 지휘하는 ‘사커루 군단’이 오는 27일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4년전 한국 대표팀에서 보여줬던 기적을 다시 보여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명식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