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불황과 맞물려 일종의 ‘신흥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경매분야. 오랫동안 이 분야는 브로커에 의해 주도되어왔고, 아직도 이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이 분야에는 장기간 전문성을 쌓아온 중견 변호사들보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과감하게 뛰어든 ‘젊은 피’가 많은 게 특징이다.

경매분야는 크게 ‘경매 낙찰자’를 대리해주는 것과 ‘경매 당하는 자’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두가지 업무로 나눌 수 있다. 경매 낙찰자 대리업무에선 기관 등을 상대로 한 경매 상담 세일즈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 기업들이 부동산 투자, 사원 복지계획 등 다양한 기업 정보 습득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면에 경매를 당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그동안 권리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점을 감안, 원스톱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김형률(법무법인 TLBS·사시42회) 변호사는 연수원을 마치고 부티크형 로펌인 TLBS에서 곧바로 경매분야에 뛰어들었다. 대학원 시절 ‘통합도산법’등 도산법제를 공부한 독특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경매 분야를 선택할 만큼 이 분야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였다. 김승교(법무법인 정평·38회) 변호사의 경우 경매시장에 뛰어든 후발 주자이지만 벌써 수백억원 규모의 모 금융기관 경매 펀드에 법률 자문 계약을 하는 등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그동안 로펌내 경매팀이 신설됐다가 부동산 경기가 급변하면 해체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회사 등 기관과의 고정 경매 자문 계약을 하면 이같은 위험을 없앨 수 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지론이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그는 하나은행과 경매 자문 계약을 체결, 하나은행 무주택 직원 60명에 대한 경매대리 서비스를 하고 있다. 국내 로펌 중 특히 부동산·건설 분야에서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법무법인 산하의 오민석(41회) 변호사도 투자자가 안심할 수 있는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며 이 분야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앞서 언급한 변호사들이 주로 경매낙찰자를 대리해 준다면 경매법률 전문가그룹 ‘경매LAW119(www.alaw119.com)’의 이성문(사시36회) 홍세룡(사시40회) 변호사는 경매 당하는 사람들의 편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이름 그대로 부동산이 헐값에 경매 처분될 때 119처럼 불을 꺼주는 역할을 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면 건물주뿐만 아니라, 세입자와 시공업체, 부동산관리회사 등 이해 관계자들이 많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들은 지금까지 대부분 권리 보호의 사각지대에 방치돼왔고, 이 변호사와 홍 변호사는 이처럼 소외된 이들의 입장에 서 있다.

‘경매LAW119’는 또 토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법률 상담에서 낙찰 대출 개발 매각 등 사후처리 업무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경매 대상 부동산에 +α를 보태 투자자들의 주머니를 열게 하는 것이 이들만의 특화된 노하우다. 이를 위한 전문가 그룹도 가동하고 있다. 3명의 공인중개사로 구성된 부동산중개법인과 시행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부동산 감정평가법인, 투자클럽, 회계법인 등과도 제휴했다.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국에 변호사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경매 법원이 있는 60개 지역 중 20곳의 변호사가 ‘경매LAW119’ 변호사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