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소송 분야가 세간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 시행된 ‘증권집단소송제도’의 영향이 크다. 증권관련 소송은 판례가 형성된지 얼마되지 않았고, 소송에도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소송 진행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증권집단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도 그리 많지 않다.

증권집단소송이란 기업의 분식회계, 허위공시, 주가조작, 내부자거래 등으로 인해 발생한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효율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제도를 말한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소액주주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배상판결을 받으면 소송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주주들이라도 같은 피해를 보았을 경우 판결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 때문에 소액주주들은 법제정을 환영한 반면 기업들은 강하게 반발했었다.

특히 기업들은 증권집단소송제 도입에 대한 찬반양론을 경제운영 철학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증권집단소송에서 가장 핵심 포인트는 기업들의 분식회계 부분이다. 과거 분식회계를 문제삼을 경우 우리의 기업문화에서 소송에 걸리지 않을 기업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기업들은 이 제도의 도입을 저지하려 했다. 이에따라 소액주주와 기업간에 오랜 논쟁이 이어졌으며, 그 결과 정부는 기업의 과거 분식회계에 대해선 2007년말까지 집단소송을 유예해 주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지나친 기업 봐주기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지난해 이후 지금까지 법원에 접수된 증권집단소송은 없다.

집단소송 이전의 증권소송은 증권사와 고객간의 불공정거래 분쟁과 기업을 상대로 한 투자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등 크게 두 가지로 진행돼 왔다. 특히 워낙 분야가 방대하고, 기업관련 소송으로 갈 경우 소송규모도 커지기 때문에 세종등 대형로펌이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김&장의 신필종(사시 27회) 변호사도 기업소송은 물론 집단소송분야 전문가다.

반면 재벌 등 대기업을 상대로 한 주주대표소송 등은 참여연대 소속 변호사들이 재벌개혁 차원에서 끈질기게 제기해왔다. 참여연대 변호사로 국내 소액주주 운동의 새 지평을 연 법무법인 한누리의 대표 김주영(사시 28회) 변호사는 현대투신 바이코리아펀드 불법운용 사건, 신동방 불성실공시 관련 소송 등 굵직한 국내 소액주주 소송을 대리한 이분야 개척자.

특히 김 변호사는 현대투신운용 바이코리아펀드 소송에서 당시 공인회계사회 손해배상기금을 통해 소액주주들이 청구액의 90%를 배상받아 주목을 받았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된 증권관련 집단소송에 대해 이미 훨씬 오래전부터 장기적인 플랜을 마련할 정도로 이 분야에 능통하다.

김 변호사에 이어 참여연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법무법인 덕수의 송호창(사시 41회) 변호사는 서울주철 M&A 자문, 하이닉스 주주대표소송, SK해운 분식회계 주주대표소송 등을 해오며 명성을 쌓았다. 학창시절 노동운동에 헌신했던 개혁성향의 인물로 현재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실행위원이기도 하이다.

우리합동법률사무소의 오태희(군법무관 7회) 변호사는 직접 주식투자를 하다 증권사의 부당행위로 피해를 본후 이 분야 전문변호사로 나선 케이스. 86년 시험 합격 뒤 군법무관으로 일하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고등군판사를 끝으로 97년 개업했다. 오 변호사는 지난 99년 2심 패소 등에 굴하지 않고 투자자의 동의없이 고객돈으로 투자하다 탕진한 증권사를 상대로 대법원 승소판결을 받아내 이후 증권사를 상대로 한 투자자 소송이 대중화하는 전기를 마련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