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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보다 가난해지는 최초의 세대… “믿을 건 나밖에 없다”

나주예 기자 | 2021-06-28 10:26


■ 2030 MZ세대 보고서 - 현실의 벽에 부닥친 MZ세대

일자리·부동산 박탈감에 분노
혼자 할 것 찾다보니 더 개인화


“30대들은 로또복권 1등에 당첨돼도 서울에 30평대 아파트 하나 마련하기 힘든데, 열심히 일한다고 쥐구멍에 볕 들 날이 올까요?”

비누 공방 등 수공예 사업을 하는 최다운(여·32) 씨는 “투자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투자의 핵심은 종잣돈”이라며 계층 상승을 위해서는 “아빠가 재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줄곧 살아온 다운 씨 부모님이 처음 이곳에 집을 살 때만 해도 아파트 한 채가 1억 원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산 아파트는 현재 10억 원이 넘는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에 출생한 세대)가 이전 세대와 다른 가장 근본적인 여건 차이는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라는 점에 있다. ‘뭐든 해낼 수 있다’고 배웠지만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뭐든 할 수 없는’ 세상은 MZ세대가 사회에 진출하며 마주하는 현실의 벽인 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낮은 경제성장률,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 속에서 ‘일자리’는 있지만 이들이 기대한 ‘좋은 일자리’는 없었다. 가까스로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연봉상승률에 비해 최근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다 보니 내 집 마련이 가능할지조차 미지수다.

상황이 이러하니 부모의 경제적 계층과 사회적 지위가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장벽사회, 청년 불평등의 특성과 과제’에 따르면 20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교육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에서의 소득획득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활동을 하는 20대 청년 약 70%는 부모보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아진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지방에서 살다가 스무 살 때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30대 여성 김윤영 씨는 부모님이 서울에 계신 것이 곧 ‘권력’이자 ‘혜택’이라고 말한다. 스무 살 단칸방 원룸에서 시작해 이제는 전셋집을 마련한 어엿한 1인 가구지만 그가 느끼는 삶의 질은 거기서 거기다. ‘내 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가구를 못 사요. 가구는 집에 맞춰 사는 건데 이사할 때 너무 무거우면 곤란하고 집이 바뀌면 다른 게 필요해질 수도 있고….” 상대적 박탈감은 취업준비생 시절 극에 달했다. “부모님 집에서 출퇴근하는 친구는 200만 원 벌면 200만 원 저금할 수 있지만 저는 월세·관리비·식비·주민세 다 내야 하고, 이사 비용이나 집에 들어가는 주거비만 생각하면 한 달에 200만 원 벌어선 ‘각’이 안 나와요.” 서울 집에 살면서 200만 원 버는 것과 자취를 하며 200만 원을 버는 것은 삶의 질이나 수준부터 다른 출발점이었다. 매일 같이 ‘불합격’을 마주했던 취업 준비 기간 윤영 씨는 부모의 지위가 지원 가능한 회사 범위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그는 “나는 취업을 못 하면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최소 100만 원이 드는 상황이라 부모님 집에서 취업 준비하는 친구랑은 압박감부터 달랐다”고 말했다.

MZ세대의 개인주의 또한 이처럼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는 경제적 현실 속에서 이들이 택한 생존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990년대생들의 공정성에 대해 서술한 책 ‘공정하지 않다’(지와인)에 따르면 지금의 청년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불안을 학습해오면서 ‘믿을 건 나밖에 없다’는 사고방식이 고유한 생존관으로 만들어졌다.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이후 변화된 한국의 상황에서 이들은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를 직접 목도했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직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법을 택한 것이다. 진형익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는 “오늘날의 청년세대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야 하고 자격증 공부도 해야 하는 등 경제적으로 주어진 여건이나 자산이 부족하다”며 “내가 원하는 공동체나 집단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을 찾다 보니 점점 개인화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나주예 기자 ju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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