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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도 보수도 내편 아냐…‘이념보다 이익’ 실용주의 선택”

허민 기자 | 2021-06-28 10:30

그래픽= 권호영·김유종 기자 그래픽= 권호영·김유종 기자


■ 2030 MZ세대 보고서

① MZ의 개인주의 - 정치 성향

Z세대 47%·M세대 39% 무당층
인터뷰 32명중 46%가 “중도”
이념 보다 개별 이슈에 반응해

최대 이슈, 30대 11명 “부동산”
20대에선 7명이 “일자리” 꼽아
실용영역 20대-30대서도 갈려

“과거엔 진보정당 지지했으나
앞으로 영원한 스윙보터 머물듯”


“진보든 보수든, 둘 다 내 편은 아닌 것 같아요.”

MZ세대 혹은 2030세대에 대한 정치권의 표심 구애 경쟁이 격렬하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당 대표로 30대인 이준석 대표를 내세우자 문재인 정부는 1급 공무원인 청와대 청년비서관 자리에 20대 대학생을 발탁했다. 그러나 일자리, 부동산 문제 등 각종 현실적 문제에 직면해 있는 MZ세대는 어느 쪽에도 일방적 지지를 보내지 않는다. 자신의 삶에 직간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어느 진영이든 자기 편이 아니라는 인식을 보인다. 이 때문에 여야가 진보 대 보수라는 기본적인 이념 경쟁의 틀을 깨지 못한 채 젊은 얼굴만 내세우는 데 그친다면 ‘실용’을 중시하는 MZ세대의 표심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실용’ 없으면 진보·보수 대결 무의미 = 지난 5월부터 이달 초 사이 문화일보의 MZ세대 인터뷰에 응한 30대 사무직 여성 김윤영 씨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묻는 질문에 “실용”이라고 답했다. 그는 “진보 정당도, 보수 정당도 결국 다 같은 사람이고 자기들끼리만 친하게 지낸다”며 “그들도 큰 이념 때문에 자기 정당에 속해 있다기보다는 자기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그 정당에 속해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윤영 씨는 “(선거에서) 나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투표를 하고, 지지도 1위와 2위 후보보다는 제3의 후보에게 투표한다”며 “누가 당선되든지 상관없고, 크게 나의 삶에 변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진보나 보수나) 둘 다 내 편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특정 후보자를 위해 표를 던지지 않으면서도 선거에는 참여하는 윤영 씨 같은 투표 방식은, 아예 투표장에 나가지도 않던 과거 젊은 층의 정치적 무관심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는 자신이 속한 계층인 30대 여성 유권자의 투표율을 높이고, 30대 여성의 정치적 영향력 증대에 일조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정파적 투표보다는 자신과 같은 또래들의 실질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투표를 하는 것이다. 이런 유권자들에게는 진보와 보수의 가치가 애초부터 먹히지 않는다. 또 다른 30대 여성 유권자 최다운 씨도 “기존의 정당 정치는 제목만 보고 선택해버리는 느낌”이라며 “그것보다는 내용이 중요하지 않냐”고 말했다. 다운 씨는 “정치를 진보와 보수로 나누기보다 (정치인 또는 정당 측이)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를 본다”고 덧붙였다.

◇‘실용의 영역’에서는 M과 Z세대 간 차이도 = 문화일보가 이번에 심층 인터뷰를 실시한 MZ세대 32인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정치 성향을 중도라고 한 응답자가 46.9%였다. 또 응답자 중 18.8%는 자신의 이해관계에 맞는 쪽을 택한다는 ‘실용’을 선택하기도 했다. 즉, 대략 10명 중 7명은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여부로 정치적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대규모 여론조사에서도 MZ세대는 보수·진보 프레임에 갇히지 않은 무당층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5월 기준 18∼29세 무당층은 47%였으며 30대는 39%에 달했다. 특히 20대 무당층은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늘었다. 반면 50·60대 무당층은 20% 안팎에 머물렀다.

같은 MZ세대라도 자신이 직면한 사회·정치적 문제에 대한 인식은 20대와 30대가 큰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문화일보가 심층인터뷰를 실시한 20대 16명, 30대 16명 등 총 32명의 MZ세대 가운데 30대는 11명이 부동산 문제를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 반면 20대는 가장 많은 7명이 일자리 문제를 중요한 이슈라고 지적했다. 20대와 30대 사이에서도 이처럼 중대하고 시급한 실용의 영역이 갈리고 있다.

◇급격한 표심 변화 보이는 MZ식 중도 = 2020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높은 지지를 보냈던 2030세대 청년들은 1년 뒤 치러진 올해 4·7 재·보궐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직에 출마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 지난해 총선 당시 방송3사(KBS·MBC·SBS)의 지역구 선거 출구조사 결과 2030세대는 민주당에 각각 56.4% 및 61.1%의 지지율을 몰아줬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도는 32.0% 및 29.7%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 재·보선 당시 출구 조사에서는 오 시장에 대한 2030세대 지지율이 각각 55.3% 및 56.5%였다.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34.1% 및 38.7%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50대에서도 우세 지지 정당이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뒤집혔지만, 2030세대만큼 지지율 변화폭이 크지는 않았다. 2030세대가 진보나 보수 같은 이념에 따른 투표를 했다면 1년 만에 표심이 이렇게 뒤집히기는 어렵다.

20대 취업준비생 조문규 씨는 “진보·보수의 이념이 서로 대립하는데 한쪽으로 치우치면 다른 쪽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나는 둘 다 이해하고 싶다”며 “생각의 폭이 한쪽에 치우치면 생각이 넓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20대 취업준비생 김규백 씨는 “과거엔 진보 정당을 지지했으나 점점 그들이 다루는 의제가 좁아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앞으로는 영원한 스윙보터(부동층 유권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젊은 층의 지지가 높았던 진보에 대한 MZ세대의 마음이 떠나고 있으면서도, 그들의 표심이 보수로 안착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는 결국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공약 이행을 통해 유권자들의 삶에서 개선을 이끌어내는 정치를 MZ세대는 선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20대 취업 준비생 이배승 씨는 선거 때 투표 기준에 대해 “토론 방송에서 후보자들이 하는 말을 듣고 ‘사람 같다’ 싶으면 뽑는다”며 “어느 한쪽은 사람처럼 말하는데, 다른 한쪽은 아닌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가 일상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공약 이행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때 변화를 느낀다”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 허민 전임기자, 박준희·나주예 기자, 안수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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