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수권법안’ 통과 이어 ‘통화가치절하國에 상계관세’ 추진

中 군사적 패권확대 제어 목표
희토류 생산기술개발예산 투입
국방예산 750억달러…4.8% ↑

美, 자국통화 절하땐 추가관세
對中관세 위력상실 차단 포석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가 초당적으로 나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전방위적으로 넓히고 있다. 미 상원은 ‘2020년 국방수권법안(NDAA)’을 통해 중국과의 정보·기술 냉전을 공식화했고, 상무부는 환율 조작 시 상계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경제적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가 23일 통과시킨 ‘2020년 국방수권법안’은 중국의 군사적 패권 확대를 제어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군의 군사적 우위를 회복하는 한편, 중기적(2022∼2026년) 군사적 태세 및 능력 제공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도록 했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를 막기 위해 희토류 생산 기술 개발에 예산을 투자하고, 중국이 군사적 목적을 가지고 해외에 투자하는 상황을 점검하도록 한 점도 중국의 패권 확대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상원 국방수권법안이 2020년 국방 예산을 올해(715억9000만 달러)보다 4.8% 늘어난 750억 달러(약 89조2200억 원)로 정하고, F-35 스텔스 전투기 94대 추가 구매를 승인한 것도 최근 중국의 군사력 확장에 대응하려는 행보다.

특히 국방부 장관에게 중국군이 추진하는 각종 프로그램과 연관된 중국 내 기업 및 연구기관, 대학 등의 명단을 작성토록 명시한 점은 중국 학자나 연구원들의 스파이 및 산업 절도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고강도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는 중국군이나 정보기관과 연계된 중국 학자들이 연구 협력을 이유로 미국 기업이나 대학에서 일하면서 실제로는 군사 기밀이나 산업정보를 중국으로 빼돌리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중국 학자들에 대한 방첩 활동이 강화되면서 지난 1년간 중국 사회과학부문 교수, 학술기관 수장, 정부정책 자문 등 학자 30여 명의 비자가 취소됐다.

미 상무부가 달러에 대한 자국 통화 가치를 절하(환율 상승)하는 국가들에 상계 관세를 부과하는 규정을 추진한다고 밝힌 사실도 중국 압박 차원으로 해석된다. 상계관세란 수입품이 수출국 보조금 지원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춰 자국 산업에 피해를 줬다고 판단할 때 수입국이 부과하는 관세다. 상무부의 이번 조치는 중국이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환율 조작을 통해 수출을 늘리는 행위를 할 경우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중국의 위안화 가치 하락을 문제 삼아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위안화 환율은 최근 한 달 사이 3%가량 상승해 24일 현재 달러 당 6.8993위안(런민(人民)은행 고시)으로 6.9위안대에 육박한 상태다. 상무부의 경고에 이달 중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재무부 환율보고서에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매우 위험하다”며 “안보적 관점에서, 군사적 관점에서 그들이 하는 일을 봐라.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우리(미·중)가 합의를 한다면, 나는 합의의 일부나 일정한 형태로 화웨이가 포함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고 말해 무역합의 여하에 따라 화웨이에 대한 조치가 일부 완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타격을 입는 농업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160억 달러의 농업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