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협정 비준 우려 커져
“美·日 등도 선별적 수용
관행적 파업 확대 가능성”

재계와 산업계는 우리나라가 비준하지 않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들은 국내법과 충돌하는 데다 비준이 되면 산업계 전반에 메가톤급 영향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ILO 기준에 따라 국내 노동법을 개정하고 판례와 노동행정 관행을 바꿀 경우에는 해고자들의 기업별 노조 가입이 허용되고,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이 자율화된다. 교섭대표 노조가 아닌 소수 노조의 교섭 요구도 허용해야 한다. 또 파업 시 필수유지업무 범위를 축소하고 유지율도 하향 조정해야 된다. 불법파업을 할 경우에 업무방해죄도 적용할 수 없게 된다.

재계는 특히 ILO 핵심협약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98호(단결권 및 단체 교섭권 보호)와 관련한 쟁점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매년 관행적으로 파업이 발생할 정도로 남용되는 단체교섭권 등에 대한 조정 없이 노조의 단결권이 확대 강화되면 기업 부담만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핵심 협약에 저촉되는 국내 법 제도가 광범위한 만큼 비준에 필요한 법 개정 사항, 비준 시기·방식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재계는 또 각국의 특수한 상황에 맞는 선별적 수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ILO 회원국 187개국 중 8개 핵심협약 모두를 받아들인 나라는 143개국이다.

하지만 이들 상당수는 명목적으로만 받아들인 제 3세계 국가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는 미국(2개 비준), 일본(6개 비준), 뉴질랜드(6개 비준), 호주(7개 비준), 멕시코(7개 비준), 한국(4개 비준) 등 6개국이 일부 비준했다.

재계는 ILO 비준에 따라 노조의 단결권 등이 광범위하게 인정된다면 사용자의 방어권도 인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무기대등의 원칙’(대립하는 양 당사자의 지위를 평등하게 해 서로 대등하게 공격·방어의 수단과 기회를 부여하는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노조법 43조가 규정하고 있는 파업 시 대체근로 금지 제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대체근로 금지 규정은 외국에는 없는 규정으로, 쟁의 기간 중이라도 사업을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기본적 권리를 제한하기 때문에 헌법상 영업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재계는 또 직장점거 등 사업장 내 쟁의 행위를 금지해 줄 것을 요구한다. 현행법은 쟁의행위의 실효성 확보를 이유로 노조에게는 직장점거를 인정하면서도, 사용자의 대체근로는 금지하고 있다.

재계는 또 노조도 부당노동행위 주체로 인정해 규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노조법 81조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만을 규정하고 이에 대한 형사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