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수근(왼쪽 두 번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경사노위 대강당에서 국제노동기구(ILO)기본협약 관련 1단계 논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ILO협약 완전비준땐

불법파업 업무방해 적용못해
勞권력 강화… 기업부담 커져

공무원·교원 파업 가능해져
연금개혁 등 물건너 갈수도

“국내 노사 특수상황 무시
경영권 침해 심해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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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협약(87호·98호) 비준을 위한 국내법 개정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경사노위는 20일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정부 입장과 가까운 공익위원 합의안을 무기로 들고 나왔다.

노동계가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와 함께 ILO 핵심협약 비준 및 노동법 개정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걸고 21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에서 경영계와의 다층적인 충돌전선이 형성되는 기류다.

경사노위가 공익위원 합의안을 통해 강력한 드라이브 의지를 밝힌 법 개정 대상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과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등이다. ILO가 수차례 폐지 혹은 개정을 권고한 사항을 담은 법률들이다. ILO 해석에 따르면 노동 기본권 측면에서 해고자도 노조에 가입할 권리가 있다. 정부도 해고자의 노조 가입 등 노동기본권은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된 기준이므로 우리만 받아들이지 않긴 어렵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해고자 노조 가입은 노동계의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공무원노조법과 교원노조법이 개정되면 공무원 노동3권 보장 확대와 함께 전교조가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ILO는 한국 정부가 조합원 자격과 관련해 교사·공무원노조의 지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관련 법이 개정되면 해직 교사를 조합원으로 가입시킨 전교조는 대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합법화된다. 교단이 다시 정치세력화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법이 개정되면 지금까지는 6급 이하 공무원만 노조 설립이 가능했지만, 고위 공무원도 공무원노조에 가입해 활동할 수 있다. 공무원연금제도 등 연금 개혁이 노조의 반발에 좌초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현행 공무원노조법과 교원노조법은 공무원과 교사의 파업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해직 공무원과 교사의 노조 가입도 금지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은 지난 3월 해직자를 조합원에서 제외하고 재직자로만 임원을 구성해 합법노조로 인정받았지만, 전교조는 2013년 ‘노조 아님’ 통보를 받은 이후 지금까지 법외노조 상태에 처해 있다.

전문가들은 ILO 핵심협약이 국내 노사관계 특수성과 관행을 무시할 만큼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무원에게 단체행동권까지 주는 나라는 거의 없고, 공공부문 임금이 민간보다 높은데 단체 행동권까지 주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해고가 쉽게 이뤄지는 노동 유연성이 높은 나라에선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해고자를 노조에 가입시키지만, 해고가 어려운 우리나라 현실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노사 관계가 노동계로 기울었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노동계가 계층 이익만 생각하고 ILO 권고사항을 유리한 대로 가져다 붙이는 이기적인 행태를 보인다면 국민이 완전히 등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경사노위는 지난 7월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를 발족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논의를 지속해 왔다. 반대로 경영계는 산별노조보다 기업별 노조가 우세한 우리나라에서 기업과 무관한 해고자가 사업장에 드나들거나 노사 협상에 참여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불법 파업을 주도한 해직자가 임금 협상 등에 관여할 수 있고, 산별노조에선 간부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정치색이 강해진 노조의 경영권 침해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정진영·윤명진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