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의안 만장일치 통과

유류 공급 30%만 차단 ‘타협’
北 섬유 禁輸·노동자송출 제한
총 1조1300억 돈줄죄기 효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1일 회원국의 대북 원유 수출을 연간 400만 배럴의 현행 수준으로 동결하고, 북한의 제2 교역 품목인 섬유 수입도 금지하는 내용의 신규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했다. 또 안보리는 대북 정유제품의 수출도 연 200만 배럴로 한정했다. 일단 대북 유류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당초 원안에서는 후퇴해 ‘절반의 제재’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제기되지만 국제사회가 북한으로 수입되는 전체 원유와 정유 제품에 대해 처음으로 제재를 가했다는 점에서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불러올 수 있는 효과적인 최고 압박과 관여의 첫걸음을 뗀 것으로 분석된다.

유엔 안보리는 이날 오후(한국시간 12일 오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원유·정유제품 전체에 제약을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375호는 회원국의 대북 원유 수출을 현행 연간 400만 배럴 수준에서 동결했고, 연간 450만 배럴로 추산되는 대북 정유제품 수출도 55% 줄어든 200만 배럴로 상한을 설정했다. LNG·콘덴세이트(비정제 초경질유)의 대북 수출도 전면 금지됐다. 이에 따라 북한의 원유·정유제품 수입 규모는 기존보다 30%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며, 북한은 섬유 수출 금지와 해외 노동자 송출 제한으로 인해 총 10억 달러(약 1조1300억 원)를 벌어들이는 길도 막힐 전망이다.

결의안 2375호는 △북한의 직물·의류 등 섬유 수입 금지 △북한 노동자에 대한 신규 고용 금지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 촉구 △박영식 북한 인민무력상과 노동당 중앙군사위·조직지도부·선전선동부 등에 대한 제재 대상 지정 등을 담고 있다. 다만, 당초 초안에 담겼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제재 부과와 북한 선박 강제 차단 등은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막판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12일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 위원장이 인민군 정찰총국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가 가결됐을 경우에 대비해 한·미·일 정부 기관 등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 실행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