沈, 洪과 토론 않겠다 선언
安, 갑철수·안철수 묻기도

23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한 대선후보 토론회는 주제인 외교·안보를 이탈해 감정싸움과 네거티브로 점철됐다. 최대 현안인 외교·안보 분야 정책을 검증할만한 토론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회자가 4차례에 걸쳐 “주제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했지만, 후보들은 이를 무시한 채 네거티브와 감정공방에 매몰됐다.

이날 토론이 시작되자마자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돼지 흥분제’ 논란을 거론하며 홍 후보에게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고, 아예 홍 후보와 토론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홍 후보의 질문을 받고 “사퇴하라고 말씀드렸다. 얼굴을 보지 않고 말씀드리겠다”고 홍 후보 대신 카메라를 응시한 채 답변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홍 후보에게 검찰개혁에 대해 질문하면서도 “홍 후보가 사퇴하셔야 된다는 입장에 변함없다. 그래서 보지 않고 카메라를 보고 국민께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러자 홍 후보는 “안 후보는 저를 보고 말하시죠. 국민이 참 조잡스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해 “제가 갑철수입니까, 안철수입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문 후보가 난감한 표정을 짓자, 안 후보는 두 번이나 똑같은 질문을 반복했고, 본인에 대한 갑질 의혹을 제기하는 민주당 네거티브 문건을 제시하며 “조직적으로 국민 세금을 갖고 네거티브 비방한 증거가 다 있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는 자신의 아들 취업 특혜에 대해 안 후보가 “국회에서 상임위를 열어 검증받자”고 수차례 압박하자, “손을 드시죠”라며 발언권 기회를 따로 얻지 않고 발언하는 안 후보를 제지했다. 이어 한숨 섞인 웃음을 터트리며 “저는 해명이 끝났다. 안 후보는 열심히 해명하시라. 국회 상임위 개최를 어떻게 요구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안 후보는 또 “지난 대선 때 제가 양보를 했다. 이명박 정권 연장은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라며 “그런데도 내가 MB 아바타냐”고 물었다. 이에 문 후보는 “아니면 아니라고 본인이 해명하라”고 답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