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탄핵 무효” vs “박근혜 구속”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한 21일 오전 청사 앞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왼쪽 사진)과 진보 단체 회원들이 ‘탄핵 무효’와 ‘박근혜 구속’을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사안 중대하고 증거인멸 우려
檢 내부선 “영장 불가피” 기류

밖에선 “전직 대통령 예우”
불구속 기소 등 동정 여론도

朴 진술 태도도 주요 변수
檢, 이달내 청구여부 결정키로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검찰청사로 소환 조사한 이후 구속영장을 청구할지를 놓고 검찰의 깊은 고민이 시작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사안의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 등을 고려할 때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구속 여부가 대선국면의 주요 변수로 떠올라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점, 국격을 고려해 불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 등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며 수사팀을 독려한 김수남 검찰총장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을 이어가되 아무리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결론을 낸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영장 요건에 부합” = 수사 논리로 보면, 검찰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일종의 ‘수순’으로 볼 수 있다. 법원은 일반적으로 △사안의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 △도주 우려가 있을 때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발부한다. 박 전 대통령은 13개 범죄혐의를 받고 있고, 헌법재판소는 이 같은 범죄혐의와 관련한 일부 사실관계를 이미 인정했다. ‘사안이 중대하다’는 것에 대해 이견을 달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박 전 대통령이 그간 검찰 및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소환 요구에 반복해 불응한 점,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점은 증거 인멸이 우려되는 대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면, 검찰은 도주우려가 없어도 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은 영장을 발부하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준 혐의로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고,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범죄를 저지른 청와대 수석, 비서관, 장·차관 등이 줄줄이 구속된 점은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수사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들이다.

◇동정여론 검찰 결정에 영향 주나 = 검찰은 공식적으로는 “다른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특수 신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여론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다. 현재 정치권 일각에서는 ‘불구속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일부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 대선 경선 후보인 유승민 의원은 20일 “국가 지도자였던 품위나 나라의 품격 등을 생각해서 수사나 기소는 불구속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도 ‘박 전 대통령 구속→동정여론 확산→보수층 결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법조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고 난 이후 “억울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혀 동정 여론이 확산되고, 이 같은 분위기에 따라 일부 정치인들이 “전직 대통령이 수갑을 찬 모습이 생중계되는 게 국격에 도움이 될 리 없다”는 논리로 검찰을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진술 태도도 주요 변수 =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진술 태도를 주목하고 있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이미 구속된 핵심 관계자들의 증언이나 증거를 모조리 무시하며 모든 범죄 혐의를 부인하면 검찰의 불구속 수사 명분은 사라진다. 이 경우 검찰은 21일 박 전 대통령 조사 내용과 상관없이 이미 확보한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 수첩과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 등 핵심 증거물을 바탕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