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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의존도 높기 때문 무엇보다 개방 서둘러야”
“메가 FTA에서 벗어나 새로운 통상전략 수립을”

세계 무역에 지각 변동을 일으킨 태평양 연안 12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타결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후발주자로 참여하려면 여러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지만, 가입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다수 의견이다.

6일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통상법적 관점에서 TPP는 FTA와는 달리 협정을 맺은 나라 모두 같은 규범으로 그 혜택을 공유하게 된다”며 “우리가 맺은 40여 개국의 FTA는 협상 체결 내용은 다른 국가와 각각 다르다는 점에서 그 혜택이 TPP와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TPP 가입을 놓친 우리나라의 국제 통상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TPP에 참여한 미국, 일본 등 12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전 세계의 40%에 달하고 협정이 발효되면 경제 규모가 유럽연합(EU)의 1.5배에 달하는 지구촌 최대의 경제 공동체가 탄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무역 의존도가 높아 어느 나라보다 무역 등 개방에 앞장서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2년 전 TPP에 참여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TPP가 발효되면 FTA 우등생으로 한국이 누려왔던 혜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성 교수는 “세계무역기구(WTO) 등의 국제 통상질서가 형식적인 절차로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며 “향후 우리나라의 TPP 전략적 위치는 매우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중국 주도의 메가 FTA에서 벗어나 새로운 각도에서 냉정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앞으로 국제 통상에서 매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TPP는 미국과 일본이 손을 잡고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항한다는 정치·지정학적인 의미가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TPP 가입은 단순히 경제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국제정치적 문제에도 해당한다”며 “중국 눈치만 보다가 미국과 일본의 밀월관계를 구경하는 건 외교적으로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도 “더 큰 문제는 TPP 대신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공개적으로 참여해 미·중 간 균형자적 자세를 잃었다는 점”이라며 “앞으로 외환위기가 발생해도 미국으로부터 통화스와프를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등 무역, 통상과 관련해 미국의 협조가 어려워져 받는 손해는 금전으로 환산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중국과 미국 사이에 끼어 있는 난처한 상황”이라면서도 “적어도 기본 속내는 장기적인 전략에서 미·일에 서는 게 실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박민철·이근평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