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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을 인터뷰하면서 느낀 게 폭넓은 독서량이었다. 바쁜 와중에도 틈을 쪼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독일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의 ‘히든 챔피언’을 정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기업 경영 관심사 및 지향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회장이 궁극적으로 간주하는 기업의 역할과 기업인의 ‘자질’은 무엇일까. 김 회장은 “국부론에도 나오는데 우리(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는 좋은 품질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이익을 담보해 줘야 한다”며 “상품을 생산하고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고 고용창출과 세금 납부를 통해 사회 전체에 기여해야 한다”고 ‘소신’을 털어놓았다. 하림그룹이 한 해 수십억 원의 사회공헌을 하고 있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게 무엇인지를 강조하고 싶은 눈치였다.

자질과 관련된 항목에서는 예견력을 꼽았다. 이와 관련해서는 조선 말 정치가이자 개화운동가인 김옥균의 사례를 제시했다. 이도 독서를 통해 얻은 게 분명했다. “김옥균이 일본에 가서 기차를 본 후 한양에 돌아와 ‘쇠로 만들었는데 말처럼 달리는 게 있다’고 하니 아무도 믿지 않고 심지어 미친 거 아니냐고 했다더군요.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대중과 정치논리에 함몰돼 있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거지요. 역사가 후퇴하는 거고요. 앞날을 보는 안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김 회장의 최근 화두는 차별적 규제의 해소와 기업가 정신의 고양에 닿아 있다. 외부 강연이 올 때마다 열변을 토하는 내용이다. 세계적인 히든챔피언 장수 기업이 2012년 기준으로 약 2734개 가량인데 이 가운데 독일에 1307개가 자리하고 있다고. 우리나라는 23개에 불과하다. 이는 독일에 기업의 영속성을 뒷받침할 상속이 자유롭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가의 기업 육성주의와 상속규제로 기업가 정신과 의욕이 사라지고 투자도 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보여주는 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대기업 비중이 0.2%밖에 안 될 정도로 적다는 점을 꼽았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 다시 중견기업에서 대기업 성장에 따른 차별규제 및 차별과세가 185건에 달하는 등 차별규제가 경제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연 생태계처럼 경제 역시 모든 요소들이 자연의 순리대로 작동하는 생태계가 가장 바람직스러워요. 대동맥을 뚫어야 모세혈관에도 피가 돕니다. 대동맥(대기업), 동맥(중견기업), 모세혈관(중소기업)으로 이어지는 피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해줘야 인체의 기능(경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거지요.”

그는 차별규제 해소를 통해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 부족, 소수 대기업에 의한 경제력 집중, 세수확보 애로, 약질 중소기업 문제를 풀어줘야만 독일형 히든 챔피언 장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