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어떻게 풀어가지…’ 17일 오전 강기갑(왼쪽 두 번째) 통합진보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

통합진보당(진보당)의 이른바 ‘주출’(主出·주사파 출신) 당선자들이 오는 30일 임기를 시작하는 19대 국회에 입성해 주요 상임위를 틀어쥐고 군사기밀 유출 등 주요 정보를 쥐락펴락할 경우 국가 안위를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각계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법제사법·외교통상통일·국방·행정안전위원회 등이 그 대상 상임위들이다.

이 같은 우려는 새누리당이 “문제 의원들의 19대 입성 저지를 위한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는 발언이나 일부 시민단체가 진보당 해산을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것 등과 공통의 위기의식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공안·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검·경당국은 종북 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보좌진까지 국회 내에서 합법적으로 정보수집 활동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데다 이들이 확보한 국가기밀이 북한에 흘러갈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를 차단할 방법이 사실상 없어 그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지난 4·11 국회의원 총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하게 된 진보당 13명의 당선자 가운데 종북 성향 민족해방(NL)계열에서 활동했던 핵심 당선자들은 6명가량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일부 당선자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17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비교섭 단체인 정당의 상임위 배정은 국회의장의 권한이지만 관례상 13석을 차지한 진보당이 자체적으로 조정을 거쳐 요구해온 대로 배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종북 경력이 있다고 특정 상임위 배정을 금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행 국회법 128조는 국회의 대정부 서류·자료제출요구권을 보장하고 있고, 국가안보에 관한 중대사항이라도 이를 거부할 수 있는 부처는 없다. 진보당 의원들은 교섭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대북정보 등을 다루는 정보위원회 상임위원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전시작전계획이나 무기체계를 다루는 국방위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주요협정이나 대외전략을 다루는 외통위, 법질서를 관장하는 법사위, 경찰업무를 관장하는 행안위 위원이 될 수는 있다.

국방부와 경찰청 등 안보와 법질서를 관장하는 부처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방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아직 전향하지 않은 주사파 출신 당선자들이 군사기밀 자료를 요구할 경우 거부할 방법이 없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도 “자칫 종북세력 출신 의원들이 요청한 자료가 북한으로 흘러들어가 안보태세 무력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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