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관세폭풍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에게 “아마도 (다음 달) 1일 밤 또는 2일 (상호)관세 세부 사항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AP 연합뉴스

■ 총 397쪽 분량 USTR 보고서

수입 소고기 월령 제한 거론
“농산품 규제 美에 대한 도전”
외국인 원전소유 제한 첫 지적
약값책정 투명성 부족 등 언급

트럼프의 관세 전쟁 ‘시금석’

이미지 크게보기 왼쪽 사진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31일 발간한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 표지. 오른쪽 사진은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 중 한국 관련 첫 페이지. USTR 보고서 캡처

이미지 크게보기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31일(현지시간) 발표한 총 397쪽 분량의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한국은 7쪽에 걸쳐 기술됐다.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번식 가능한 유전자변형농산물(LMO) 승인절차, 망 사용료, 한국 3대 통신사 독과점 강화, 자동차 시장-화학 물질 등록·평가 규제, 약값 책정 정책 등 사실상 전 산업이 총망라됐다. 지적된 무역장벽이 백화점식으로 나열돼 있을 뿐 아니라 지적 건수 자체도 많아 미국의 상호관세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USTR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2008년 한·미 간 소고기 시장 개방 합의 때 한국이 월령 30개월 미만 소에서 나온 고기만 수입하도록 한 것을 “과도기적 조치”로 규정하며 “16년간 유지됐다”고 비판했다. 또 한국이 월령에 관계없이 육포, 소시지 등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거론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농업·생명공학 관련 한국의 규제 시스템은 미국 농산품에 도전”이라며 새로운 바이오기술 제품에 대한 허가 과정이 과도한 검토와 데이터 요구로 인해 지연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의 전력 분야에 대한 투자 제한 조치를 언급하면서 이번에 처음으로 원전에 대한 외국인 소유가 금지돼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는 수력과 화력, 태양열 등에 대한 소유 문제만 언급했었다.

보고서는 한국의 전자 상거래 및 디지털 무역장벽, 투자장벽 등도 거론했다. 보고서는 해외 콘텐츠 공급자가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ISP)에게 네트워크망 사용료를 내도록 하는 다수의 법안이 한국 국회에 제출됐다면서 망 사용료 부과 시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의 독과점이 강화돼 반(反)경쟁적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법안에 대해서도 “미국 대기업은 적용될 것으로 보이지만 다수의 주요 한국 기업과 다른 국가의 기업은 제외된다”며 문제 삼았다. 이와 함께 “미국 자동차 제조사의 한국 자동차 시장 진출 확대는 여전히 미국의 주요 우선순위”라면서 한국의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배출 관련 부품 규제의 투명성 문제 등에 우려를 거론했다.

제약 및 의료 기기 산업의 경우 한국의 가격 책정 및 변제 정책에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상파 방송에 대한 외국인 출자 금지와 케이블·위성방송 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 등은 투자 관련 무역장벽으로 거론했다. 또 한국의 화학물질 관리 관련 법률과 시행령에서 규정 집행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한 점, 한국 공공부문에 대한 외국 클라우드 서비스 사용이 금지된 점 등도 문제 삼았다.

이번에 지적된 내용은 과거 해당 보고서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던 사안이지만 올해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관세 장벽을 감안한 상호관세를 예고한 만큼 관세 전쟁에서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미국이 망 사용료를 무역장벽으로 문제 삼고 나오면 사용료 부과 주체인 국내 통신사의 근심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현재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 네이버·카카오 등은 비용부담을 덜어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황혜진·이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