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재협상 가능성 시사
삼성전자 등 타격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대미 투자 반도체 기업에 약속한 반도체법 보조금에 대해 “전 정부보다 훨씬 나은 협상을 할 것”이라며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재협상이 이뤄질 한국의 철강·알루미늄 관련 기업들과 자동차 기업에 이어 반도체 기업들까지 ‘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미 투자자들을 지원하는 ‘미국 투자 액셀러레이터’ 사무소를 상무부 내에 만들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이 사무소에 상무부의 반도체법 프로그램 사무소(CPO)도 책임지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CPO에 대해 “전임 (바이든) 행정부보다 훨씬 나은 합의를 협상해 흥정(bargain)에 따른 이득을 납세자에게 가져다주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설치된 CPO는 반도체법 보조금 배분 감독, 미국 내 반도체 생태계 재건 노력 조정 등의 역할을 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CPO의 역할 변화를 예고하면서 반도체법 보조금 재협상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기업에 관세를 부과하면 보조금 없이도 미국에 해외기업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며 반도체법을 “엄청난 돈 낭비”라고 비판해왔다. 또 그가 집권한 이후 CPO 직원 다수가 구조조정됐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체결된 계약에 따라 기업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보조금의 규모나 지급 조건 등을 바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반도체법 보조금은 기업들의 투자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지급되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은 아직 약속된 보조금을 다 받지 못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370억 달러(약 54조5898억 원) 이상이 투입된 공장을 건설 중이며, 미 상무부에서 보조금 47억4500만 달러를 받기로 한 상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를 투자해 생산 기지를 건설하기로 했으며, 상무부는 최대 4억58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트럼프 정부의 보조금 재협상 가능성에 국내 반도체 업계는 초긴장 상태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보조금이 깎이면, 당초 계획보다 현지 투자 금액을 대폭 늘려야 하는 데다 미국이 최신 공정 설비 투자를 추가로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훈·이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