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스콧 베선트(가운데) 미 재무장관이 지난 7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첫 가상화폐 서밋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AFP 연합뉴스

■ ‘2주내 양보안 들고오라’ 재촉

베선트 美재무부 장관 인터뷰
특정국가군에 관세 부과 시사

“일부, 이미 불공정 개선 약속
협상 타결땐 장벽 안세울수도”

반도체 中 우회수출 통제 추진
韓기업 유예 연장 안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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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상호관세 부과를 2주 앞두고 국가별로 다른 세율을 부과할 것이라면서 불공정 무역관행을 중단하면 상호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협상에 늦게 나설수록 무거운 관세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거론하며 2주 안에 양보안을 가져올 것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미국에 고관세를 부과하는 국가를 ‘지저분한 15’(Dirty 15)라고 칭하고 나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비해 관세가 4배라고 지목한 한국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18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4월 2일에 우리는 다른 나라들에 대한 관세 명단을 내놓을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또 상호관세율을 국가별로 다르게 부과할 것이라며 “어떤 국가는 그 숫자가 꽤 낮을 수 있고 어떤 국가는 꽤 높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지저분한 15’(Dirty 15)라고 부르는 국가들이 있는데 이들은 상당한 관세를 (미국에) 부과하고 있다”면서 특정 국가군을 지목했다. 그는 해당 국가가 어디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해당 국가들이 일정량의 자국 생산을 요구하거나 미국이 수출하려는 식품이나 제품에 안전과 관련 없는 검사를 하는 등 관세 못지않게 중요한 비관세 장벽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그간 한국을 대표적인 무역 적자국으로 지목해온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한국에도 거센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의회 연설에서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며 미국을 불공정하게 대우하는 나라 중 하나로 지목했다.

다만 베선트 장관은 미국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무역 관행을 중단하는 국가들은 관세를 피해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관세, 비관세 장벽, 환율 조작, 불공정 자금, 노동 억압 등을 중단하면 우리는 관세 장벽을 세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월 2일이 다가오면서 우리를 가장 나쁘게 대우하는 교역 상대국 중 일부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에게 와서 매우 불공정한 관세를 크게 낮추겠다고 제안했다”며 “그래서 난 4월 2일에 일부 관세를 시행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고 낙관하고 있다. 4월 2일 전에 협상을 타결하거나 (2일에) 자국의 상호관세 숫자를 받은 국가들이 관세 인하를 협상하기 위해 바로 우리한테 올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상호관세 발표 이후 각국과 새로 맺을 무역 협정에 미국 반도체의 대중 우회 수출 통제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러트닉 장관은 수출 통제를 담당하는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 콘퍼런스에서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기업과 외국 정부에 도움을 구하려 한다”면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이 방안이 실제 무역 협정에서 논의될 경우 국내 반도체 업계에는 상당한 타격이 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공장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해 미국산 장비·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어서다. 삼성은 중국 시안(西安) 등에,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無錫)와 다롄(大連)등에 공장을 두고 있다. 올해 10월까지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 유예조치가 연장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