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중심 美당국자 접촉 등
통상 리스크에 총력 대응 나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철강과 알루미늄에 예외없는 고율 관세를 집행하는 등 글로벌 무역전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12·3 비상계엄’ 이후 외교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에서 정부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미국 등 주요국과 고위·실무급 협의도 지속하면서 국익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지만 전망은 불투명한 상태다.

19일 관계부처와 학계에 따르면 한·미 간 정상 외교 움직임은 멈춰선 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정상 간 통화가 여전히 불발되고 있어서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지난달 초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일 정상회담을 하는 데 성공한 모습과 대조적이다.

최근엔 미국 에너지부가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CL)에 한국을 집어넣었지만 2개월간 몰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교 컨트롤타워 부재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부재가 장기간 지속하자 미국의 보호무역조치 강화에 대한 정부 대응에 대해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대신하고 있다’는 평가가 관가 안팎에서 우세해지고 있다.

현재 정부는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지난달 방미해 도널드 트럼프 신정부 통상·에너지 고위 당국자들과 첫 연쇄 접촉을 하는 등 통상 리스크 대응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중 안 장관은 미국을 다시 찾아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을 만나 한국이 ‘민감국가’로 지정된 배경과 미국 측 입장을 확인하면서도 해당 목록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관세정책이 도리어 미국 경제에 경기 하락과 물가 상승이라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미국 내부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장기화한 외교 리더십 공백을 겪는 한국 정부로서는 고무적이다. 일본을 비롯한 대다수 주요국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가시적인 외교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외교 컨트롤타워가 부재한다는 우려 속에서도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와의 ‘물밑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관계부처가 최선을 다해 대응하고 있다”면서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