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거리로 나선 피해자들 홈플러스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피해자들이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시위하면서 투자금을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 줄 것을 금융 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규제 밖 사모펀드 <上>무소불위 행보

MBK, 홈플 자산가치 뻥튀기
펀드 출자자들 불안 없애면서
年300억 관리보수 노린 시도

비상장사 자료 제출안해도 돼
사모펀드 계약내용 등은 ‘베일’
후한 자체 평가도 제동 못걸어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자산 평가 가치를 국민연금공단 평가보다 부풀린 것은 펀드 출자자(LP) 불안 제거와 동시에 약 3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연간 관리보수를 투자자들로부터 받아내려 한 의도로 판단된다. 부실기업에 대해 후한 평가를 할 수 있는 구조에 대해서는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이자 국내 자본시장 거래를 주도하는 ‘슈퍼 갑(甲)’이라는 위치와 감독 사각지대에 있는 사모펀드 업계 특수성이 버무려진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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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는 홈플러스에 투자한 자금과 관련해 연간 관리보수를 1.0∼1.5% 정도로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지난 2015년 사모펀드 시장 관행에 따른 추정치다. 이 밖에 사모펀드는 ‘기업 인수 후 매각(바이아웃)’에 따른 매각 차익 성과보수 등 다양한 수수료가 존재한다. 당장 MBK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홈플러스 자산 평가를 외부 자산평가사 기준(0원)을 따르기로 한 만큼, 관련 수수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운용자산이 43조 원에 달하는 MBK에 최대 연 300억 원의 수수료는 크지 않을 수 있지만, 경영 실패를 공인한 셈이어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는 후문이다.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은 MBK 인수 이후 줄곧 하향 조정됐지만, MBK가 후한 자산 평가를 매기는 데는 아무런 제동을 걸지 못했다. 먼저 MBK와 같은 거대 사모펀드는 국내 자본시장 거래의 ‘큰손’으로 군림하고 있어 적극적인 시장 견제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대출 등 인수금융을 대는 금융회사를 비롯해 신용평가사, 자산평가사들도 수익이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무소불위’에 가까운 MBK의 행보에는 사적 계약에 근거한 사모펀드의 특수성도 자리한다. 계약 내용은 사모펀드와 출자자만 알 수 있다. 가령 홈플러스 자산 평가만 봐도 대주주인 MBK는 외부 자산평가사들에 비상장사 자료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12일 홈플러스의 리스 부채를 제외한 부채(일반 금융채무, 상장전환 우선주, 상거래·기타채무)가 총 4조67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MBK가 밝힌 홈플러스 부동산 가치(약 4조7000억 원)에 근접한 것이다. 정확한 홈플러스의 자산 가치는 서울회생법원의 실사 평가 결과가 나와야 확정될 전망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뿐 아니라 네파 등 다른 MBK 자산들도 국민연금과 갈등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의 자산 가치 평가 기준 제도 개편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일반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는 사모펀드는 규제를 마련해 보호하고 있지만, 기관투자자가 주로 출자하는 사모펀드는 ‘그들만의 리그’로 분류해 최소로 둔다. 하지만 지나치게 사모펀드의 ‘신의성실’에 기댄 감독 방침이라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시장 관행을 굳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1년 내 최소 1회 평가라는 현행 자산평가는 사모펀드의 부당행위 은폐를 발견하기에는 평가 주기가 너무 길어, 규제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병남 기자 fellsic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