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거리로 나선 피해자들 홈플러스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피해자들이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시위하면서 투자금을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 줄 것을 금융 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규제 밖 사모펀드 <上>무소불위 행보 - ‘홈플 사태’로 투자자 손실

“MBK, 고의성 부도” 비판 여론
금감원, 불완전판매 여부 등 조사
회생신청 알고도 판매땐 ‘사기죄’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신청을 하기 직전까지 기업어음(CP) 등을 발행한 것을 두고 ‘부도 폭탄 떠넘기기’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자금 회수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라 개인 투자자 피해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 당국은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열어두고 증권사 조사에 착수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홈플러스 부채를 제외한 금융채권은 6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카드대금 채권을 유동화한 전자단기사채(자산유동화전단채·ABSTB)와 전자단기사채(STB), CP 등이다. 신영증권이 발행한 ABSTB는 대형 증권사를 통해 절반가량은 개인이나 법인 등에 소매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브랜드 인지도와 연 6∼7%의 고금리, 소규모 투자가 가능한 점 등이 유인 요소가 됐다.

개인투자자들은 “고의성 부도”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 신용평가사들은 만기가 도래한 홈플러스 ABSTB의 신용등급을 D등급으로 하향 조정하고 부도 처리했다. 홈플러스 ABSTB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을 향해 “다른 사주들처럼 위기에 대응하지 않았고 부도덕한 날치기 행각만 벌였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은 각 증권사가 개인에게 판매한 홈플러스 관련 ABSTB, STB, CP 물량을 제출받았다. 이는 불완전판매 검사 기초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ABSTB는 1년 미만의 단기채권이라 위험성이 충분하게 고지되지 않았을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증권업계에선 “이번 사안의 본질은 기습적인 기업회생 신청이지 불완전판매가 아니다”라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이 결정되기 일주일 전까지 70억 원 규모의 CP를 발행한 것도 들여다보고 있다. CP도 무담보 채권이라 자금 회수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만간 기업회생 신청이 이뤄질 것을 알면서도 CP 발행을 강행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