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출범 후 첫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 나선 4일 워싱턴DC 의사당 인근에서 한 시민이 성조기를 거꾸로 들고 반트럼프 시위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 거꾸로 뒤집힌 성조기는 항의와 분노를 나타내는 정치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AP 연합뉴스

■ 2기 첫 상·하원 의회 합동연설

경제·외교 한달 성과 ‘자화자찬’
민주당 일부 의원 ‘연설 보이콧’
50개 州선 反트럼프 시위 열어

워싱턴 = 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임기 첫 상·하원 의회 합동연설을 놓고 미국이 둘로 쩍 갈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메리칸 드림의 부활’을 주제로 한 달간의 업적을 자찬할 동안 공화당 의원들은 수시로 일어나 박수와 환호를 보낸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항의 피켓을 들고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알 그린(텍사스) 의원은 대통령에게 야유를 보내다 퇴장당하기도 했다.

4일 미 의회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첫 상·하원 의회 합동연설은 양극화가 극에 달한 미국 정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할 동안 공화당 의원들은 ‘USA’를 연호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맞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관례를 깨고 트럼프 대통령을 하원 의장실로 안내하는 일원이 되지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말로 연설을 시작하고 나서도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43일간의 성과를 열거할 때마다 기립박수를 보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침묵하거나 피켓 시위를 이어갔다. 일부 의원들은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 넥타이를 매고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방안을 비판했다. 민주당의 패티 머리, 크리스 머피, 론 와이든 등 일부 상원의원은 연설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이날 50개 주에서 반(反)트럼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자신이 취임 후 내놓은 각종 행정명령 성과를 자랑하며 “오늘 밤 미국의 시간이 다시 돌아왔다고 보고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아메리칸 드림은 어느 때보다 더 크고 좋아졌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화전쟁’에서 자신이 취한 상징적 정책을 열거하며 “우리나라는 더 이상 깨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도중 정부효율부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자리에서 일으켜 세우고 수십억 예산 낭비를 막았다며 힘을 실어줬다. 그는 인플레이션 등 물가 불안은 전 정권 탓으로 돌렸다. 그는 “조 바이든은 특히 달걀 가격을 통제 불능 상태로 만들었고, 이를 다시 낮추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과 관련해 “나는 우크라이나 내 야만적인 분쟁을 끝내기 위해 지치지 않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해 러시아 침공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그는 또 “미국은 우크라이나 방어를 지원하려 수천억 달러를 보냈다”며 “유럽은 우크라이나 방어보다 러시아 석유·가스를 구입하는 데 훨씬 더 많은 돈을 썼다”고 유럽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 단속과 국경 폐쇄도 성과로 내세웠다. 그는 “우리 행정부는 미국 역사상 가장 대대적인 국경 및 이민 단속을 시작했고, 불법 이민자의 국경 통과자 수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관련 예산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