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우방국 관계에 파급 효과
일각선 “핵무장 나서야” 목소리
“동일선상 비교 안돼” 신중론도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벌어진 양국 충돌에 이어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원조 전면 중지 결정이 내려지면서 국내에서도 ‘동맹·우방국’ 재평가라는 나비효과가 일고 있다. 외교가에선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우려와 “한국과 우크라이나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순 없다”는 경계가 동시에 나온다. 자체 핵무장을 주장하는 정치권 주장도 커지고 있다.

4일 외교가에선 미국의 일방적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전개 과정이 미국의 동맹·우방국 관계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냉혹한 국제질서를 절감하는 요즘”이라고 발언한 것도 정부 내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담으로 ‘우리가 지금 사는 세상은 우리가 얼마 전까지 알고 있던 세상과 참 다르다’라는 것을 전 세계가 깨달았다”고 평가했다.

정부 내에선 우크라이나와 한국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여전히 우세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보단 유럽의 안보 이익과 직결돼 있다고 여긴다. 반면, 중국 견제를 우선순위로 두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국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국가들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이용준 세종연구소장은 “조 바이든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했듯, 우크라이나에서도 발을 빼 전 세계로 흩어져 있는 미국의 국방·안보 역량을 모으겠다는 것”이라며 “중국 견제를 위한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아시아로의 외교중심축 이동) 작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미국·우크라이나 회담에서 드러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이 국내 ‘자체 핵무장’ 여론을 키울 가능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2일 SNS에 “핵무장은 단순한 군사적 선택이 아니라 국가 생존의 문제”라고 올렸다.

이러한 핵무장론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정부와 안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자체 핵무장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탈퇴하고 그에 따른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감내하고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조 전 원장은 “절박함의 정도가 아주 높다면 다른 고통을 감수하고서라도 핵 개발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면서도 핵 개발의 득실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권승현·이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