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美 무기 어디로…　 2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전선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미국산 M777 155㎜ 곡사포를 발사하고 있다. AP 뉴시스

■ 트럼프, 우크라 지원중단 지시

종전구상 이견 따른 초강경 대응
광물협정 밀어붙이기 위한 포석
“美의 80년 신뢰자산 붕괴” 비판

TSMC, 美 1000억달러 투자엔
트럼프 “中, 대만 침공땐 재앙”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가치보다 당장의 경제적 이익을 더 중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에 전후 80년 국제질서를 지탱했던 ‘팍스 아메리카나’가 사실상 종언을 고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종전에 목매는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전면 중단을 지시하면서 동시에 ‘광물협정’의 여지는 남겨두며 사실상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 가치를 공유하는 ‘진영’ 대신 ‘돈’을 택했다. 그간 중국의 침략 시 대만을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 침묵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의 반도체업체 TSMC가 미국에 1000억 달러(약 145조9000억 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자 ‘(대만 침공은) 재앙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중국에 경고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사꾼’ 행보가 미국이 그간 쌓아온 신뢰 자산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원조를 전면 중지할 것을 지시했다고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자신의 종전 구상에 우크라이나가 공개적으로 이견을 드러낸 데 대한 초강경 대응이자 동시에 자신이 종전 구상으로 내건 ‘광물협정’을 밀어붙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대만 TSMC의 대미(對美) 반도체 투자 관련 회견에서 ‘광물협정이 끝장났느냐(dead)’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중단할 경우 전쟁 수행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 만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불만족스러운 ‘안보보장’에도 불구하고 광물협정안에 서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을 축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의 힘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것이라는 비판도 함께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에 대한 태도도 싹 바꿨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대만을 침략할 경우에 미국의 대응 방안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첫 각료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그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답변을 피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여전히 중국에 대해서는 강경한 태도를 내비치는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중국에 대해서는 ‘험한 말’을 하지 않았다. 지난 2월 19일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하길 기대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날 대만의 TSMC가 미국에 1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중국의 대만 고립화 시도 혹은 침공에 대해 “그것은 분명히 매우 재앙적인 사건일 터인데, (TSMC의 투자로) 적어도 매우 중요한 사업 일부가 미국에 있도록 하는 위치에 우리를 두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